2013년 12월 중국 CCTV '제14회 올해의 중국 경제인' 시상식장에 나란히 선 둥밍주(왼쪽) 거리전기 회장과 레이쥔 샤오미 회장. 이들은 이 자리에서 5년 뒤 둘 중 누가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할까 내기를 했다.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과 세계 1위 에어컨 제조사 거리전기(格力電器)의 둥밍주(董明珠) 회장은 2013년 중국 국영 CCTV 생방송에서 돈내기를 했다. '제14회 올해의 중국 경제인' 시상식에서 레이 회장이 옆자리의 둥 회장에게 "전 국민이 증인이 되어 달라. 5년 안에 우리가 거리전기 매출액을 넘어서면 둥 회장은 내게 1위안(168원)을 달라"며 내기를 제안했다. 둥 회장은 "할 거면 10억위안(약 1682억원)을 걸자"며 판돈을 키웠다. 당시 샤오미의 매출(316억위안)은 거리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이 내기는 신(新)산업이 전통 산업에 내민 도전장으로 여겨지며 큰 화제가 됐다.

10억위안 내기 결과가 나왔다. 승자는 둥 회장이었다. 19일 홍콩증권거래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샤오미의 지난해 매출액은 1749억위안(29조4321억원)이다. 거리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매출액은 2000억∼2100억위안(33조6500억~35조3400억원)으로, 샤오미보다 최소 251억위안 많다.

내기를 할 당시 레이 회장은 "잘해봐야 연간 10%씩 성장하는 전통기업은 샤오미처럼 매년 150%, 200%씩 성장하는 인터넷 기업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샤오미는 지난해 1억1870만대 스마트폰을 팔아치워 출하량 1억대를 돌파하는 등 짧은 기간 엄청난 매출 성장세를 보였지만, 전통산업의 강자(强者)도 만만찮았던 것이다. 거리전기는 지난 5년간 중국과 해외 가정용 에어컨 시장 판매량 1위를 지키며 성장세를 유지했다. 스마트폰 개발에 나서고 전기차·반도체 투자에도 나서 수익도 다변화했다.

내기의 승부가 났지만 레이 회장이 둥 회장에게 10억위안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내기가 공개석상에서 농담처럼 이뤄졌기 때문이다. 레이 회장은 20일 샤오미 실적 발표회에서 웃으면서 "둥밍주가 내게 연락해 오긴 했다"고 했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 5년간 두 기업인의 '10억위안 내기'는 언론에 끝없이 오르내리며 10억위안이 넘는 광고 효과를 냈다"면서 "뛰어난 장사꾼들의 영리한 내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