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물품보관소에 가면 물건이 있을 겁니다"

지난 2월 서울 구로구의 지하철 7호선 철산역 입구. 경찰은 향정신성의약품인 일명 ‘물뽕(GHB)’ 판매책을 잡기 위해 구입자로 위장해 약속 장소인 역 주변을 서성거렸다. 잠시후 오토바이를 탄 배달원이 경찰에 다가왔고, 경찰은 봉투에 담긴 20만원을 건넸다. 5분 뒤 경찰에게 물품보관소로 가라는 소셜미디어(SNS) 메신저가 도착했다. 대금을 받으면 약물을 숨긴 장소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었다.

경찰이 물품보관소를 열자 투명한 액체가 담긴 작은 통이 보였다. ‘데이트 강간 물약’으로 불리는 물뽕이었다. 경찰은 판매자의 SNS를 추적해 인적사항과 주거지를 확보해, 지난 11일 서울 구로구의 한 빌라에서 물뽕 판매총책인 30대 남성을 검거했다.

일러스트 = 정다운 디자이너

800회를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의 물뽕을 사들여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물뽕은 중추신경에 작용해 정신을 잃게 하는 신종 액체 마약으로, 무색무취에 검출도 쉽지 않아 성범죄에 악용되는 강간 약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여성 고객을 성폭행하기 위해 물뽕이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물뽕을 구매해 유통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김모(30)씨를 구속하고, 중간에서 이를 판매한 이모(26)씨와 강모(4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물뽕을 구매한 대학생 김모(24)씨와 성인용품점 업자 김모(29)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김씨는 지난 1월 서울에서 지인으로부터 물뽕 4L(리터)를 사들인 뒤 과거 주방용품업체 에서 같이 일했던 이씨와 강씨를 판매책으로 모집했다. 이후 인터넷과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약 2개월에 걸쳐 물뽕 0.4L(800만원 상당)를 팔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물뽕을 구매한 출처는 아직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19일 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물뽕(GHB)를 대량 구매해 서울과 경기에서 유통한 김모(30)씨 등 세 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 소유의 차와 자택에 보관하고 있던 물뽕 3.6L(7200만원 상당)를 압수했다. 압수 물량은 720차례 가량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경찰이 이렇게 많은 물뽕을 압수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전남지방경찰청이 2007년 9월 마약제조업자에게서 물뽕 3.7L를 압수했었다.

경찰은 김씨 등이 갖고 있던 물뽕을 비롯해 졸피뎀, 로라제팜, 알프라졸람 등 11가지 약품도 압수했다. 김씨는 대량의 물뽕 등 약물을 처분하기 위해 중간 판매책을 영입한 후 수익 배당, 판로 개척 등 다단계 판매망을 만들려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은 이들이 성인용품 판매점 등에 약물을 판매하고 유통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경북지방경찰청 마수대 관계자는 "인터넷 거래글을 감지해 서울과 경기도 현장으로 수사관을 파견했고, 위장 거래를 활용한 적극적인 수사로 피의자들을 조기에 검거했다"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통처와 약물의 출처에 대해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