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을 이끌어온 세대는 '80후'(80년대 출생 기사)들이다.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라는 불세출의 선배 승부사들이 씨를 뿌렸다면, 풍성한 수확으로 한국 바둑 절정기를 완성한 주역은 현재 30대인 이 '80후'였다. 세계 메이저 대회 챔피언만 해도 이세돌 박영훈 강동윤 박정상 최철한 원성진 백홍석 김지석 등 8명이나 배출했다. 그들이 따낸 우승은 총 23회에 달한다(별표 참조).

제 20회 LG배 강동윤(왼쪽) 대 박영훈 결승 종료 후 복기 장면. 승자 강동윤은 만 3년째 세계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마지막 한국 '80후'로 남아 있다.

한국의 '80후'는 인재의 보고(寶庫)였다. 시대적 환경도 좋아 '이창호 키즈'라 불리며 경쟁적으로 성장해갔다. 목진석 조한승 홍민표 송태곤 허영호 윤준상 이영구 홍성지 등 준재들이 버팀목 역할을 하며 한국 바둑 르네상스를 형성했다. 어느 새 서른 살이 넘은 그들은 현재도 10위 안에 4 명, 20위권엔 10 명 등 랭킹 상위권을 점령 중이다.

하지만 이는 바둑계로선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그들의 재능과 꾸준함을 칭찬하면서도 한편에선 세대교체 지연에 대한 경고음이 함께 들리기 때문이다. 90년대 출생 기사 중 세계 정복 경험자는 박정환 한 명뿐이다.

반면 중국은 2013년 저우루이양의 바이링배 제패를 신호탄으로 스웨 판팅위 미위팅 탕웨이싱 퉈자시 커제 당이페이 탄샤오 구쯔하오 셰얼하오 양딩신 등이 쏟아져 그 수를 13명으로 늘렸다. 이는 2013년 이후 한·중 우승 횟수 3대24란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 '80후'의 국제 메이저 대회 우승은 3년째 맥이 끊겼다. 89년생인 강동윤이 2016년 제20회 LG배 결승서 박영훈을 제압한 게 마지막이었다. 한국 기사가 중국 기사를 결승서 꺾고 우승한 기록도 89년생 김지석이 5년 전 마지막으로 썼다(2014년 삼성화재배·상대 탕웨이싱).

30대로 접어든 한국 '80후'가 평균 10년 아래인 중국 '90후'의 철벽 방어를 뚫고 패권을 되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자연의 이치에 따라 한국도 90년대 출생자들이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흐름은 일방적 열세다.

메이저 3회 우승의 박정환을 빼면 한국 랭킹 10위권에 들어있는 '90후'는 이동훈 변상일 신민준 나현 등 4명이다. 이 중 99년생 신민준이 4강 1회, 95년생 나현이 4강 1회와 마이너급 대회인 TV아시아선수권 우승을 경험해봤을 뿐이다. 박하민 송지훈 박건호 등이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 국제 무대 데뷔도 못 했다.

2000년 이후 출생 기사 중엔 세계 2회 준우승의 신진서가 단연 돋보인다. 중국도 신진서를 세계 최강 '00후'로 인정한다. 하지만 이 연령대 또한 저변을 비교하면 중국이 월등하다. 메이저 한 차례 4강 진출의 셰커를 필두로 랴오위안허 이링타오 천쯔젠 리웨이칭 등 유망주가 즐비해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안타까운 것은 뾰족한 대책이 안 보인다는 점. 최규병 9단은 "1980년대 출생 천재 그룹이 아직도 맹활약하는 모습은 대견하지만 앞날이 걱정"이라며 "이제는 '90후'와 '00후'들이 좀 더 분발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수십 배 인구 자원을 갖춘 데다 프로 기사를 위한 인프라가 압도적인 중국 바둑의 벽은 갈수록 높아져 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