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과학상 수상자 599명 중 여성이 18명인 이유는 무엇일까요?''수상자를 결정하는 사람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입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4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포한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에 실린 문답(問答)이다. 여가부가 성평등 교육과 관련해 구체적 지침을 만들어 일선에 배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내용은 남성과 여성이 가정과 일터에서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나가자는 데 있다. 한국이 성평등 면에서 서구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한다. 여가부는 "일상 수업에서 성평등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례집을 만들었다"며 "사례집 작업에는 전교조 여성위원회를 포함해 일선 교사들이 함께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성은 무조건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과하게 일반화한 대목도 있고,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대목도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편견을 없애자는 교육이 되레 또 다른 편견을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벨상에 대한 문답은 초등학교 4학년 국어 시간에 여성 인물 전기를 읽기에 앞서 선생님과 학생이 대화를 주고받도록 예시한 글이다. 지난 세기 여성이 과학계에서 두드러지게 활약하지 못한 배경에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부터 사회적 편견까지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그런 점을 짚어보는 대신 '남성이 상을 주기 때문'이라고 과도하게 단순화하고 있다.

사례집에는 또 '보드 게임을 통해 여성 고용 불평등 문제를 생각해보자'는 대목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 시간에 '경제성장과 여성 노동자'를 배울 때 모둠별로 학생들을 반씩 나눠 여성 역과 남성 역을 맡긴다. 이후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숫자만큼 말을 움직여 칸마다 거기 적힌 월급을 받는다.

최종적으로 월급을 많이 모은 팀이 이기는데 중간에 말이 '출산' 칸에 도달하면 여성 역을 맡은 학생에 한해 월급을 3분의 2만 받는다. 또 말이 '승진 카드' 칸에 도달하면 남자 역 학생은 무조건 승진해서 월급을 두 배 받고 여자 역 학생은 승진에 실패해 월급이 제자리다.

전문가들은 "출산을 하면 여성이 남자보다 경력 단절 등 경제적으로 손실이 더 큰 것은 맞는다"면서도 "아빠 육아 휴직 등 여러 조건을 걸어서 변수를 다양하게 해야 하는데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교육적 효과를 얻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여성이 겪는 불평등을 가르치자는 취지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되레 아이들 마음속에 '현실에서 여성이 성공하지 못하는 건 오로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이분법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남자는 다수이기 때문에 혐오 대상이 아니다'라는 대목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여성·장애인·소수 민족 등 소수자를 깎아내리는 발언만 혐오 발언이고, 남성 같은 다수자를 깎아내리는 발언은 혐오 발언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남성이 여성을 비하하는 말 '김치녀'는 혐오 표현이 맞고, 여성이 남성을 비하하는 말 '김치남'은 혐오 표현이 아니라고 했다.

한 청소년 단체 연구원은 "성평등 지도 사례집을 최초로 만든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서도 "성평등 교육은 남녀를 구분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그동안 보이지 않던 부분을 다시 보고 차별이 있다면 없애나가자는 인식을 키우는 것인데,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