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들판과 산속을 누비던 늑대들. 그들의 후손은 주인 무릎에 앉아 사료를 받아먹는 '댕댕이'가 되어버렸다. 고양이 역시 비슷하다. 한때 맹수였던 그들은 이제 집사를 귀찮게 하는 까칠한 애완동물일 뿐이다. 모두 인간에게 가축화돼버렸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축화란 무엇인가? 야생동물의 유용성을 인식한 인류는 선별 사육을 통해 동물을 길들이는 데 성공한다. 폭력적인 동물은 살생하고 온순한 성격을 가진 개와 고양이만을 번식시켰기에 유전자 풀에서 폭력성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가축화된 동물은 외모적으로도 야생동물들과 구별되기 시작한다. 뼈는 더 가늘어지고 몸은 더 작아졌으며 이성 간의 차이가 적어졌다. 특히 가축화된 동물은 입이 덜 튀어나와 전체적으로 납작한 두개골을 가지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진다. 네안데르탈인보다 작고 납작한 두개골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 어쩌면 우리도 가축화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가축화된 것일까?

진화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스스로를 가축화하는 데 성공했기에 문명과 문화가 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동물 집단은 가장 힘세고 폭력적인 알파가 다스린다. 알파를 살생하고 미래 알파가 될 수 있는 폭력적 동물들을 살생하였기에 가축화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할 수 있겠다. 인류가 스스로를 가축화했다면 호모 사피엔스의 알파는 누가 살생하고 제어한 것일까? 네안데르탈인과는 다르게 뛰어난 언어 구사 능력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는 '평범한' 구성원들 간의 협업을 통해 알파를 물리칠 수 있었다고 하버드 대학 리처드 랭엄 교수는 주장한다. 가장 폭력적인 멤버는 추방과 처벌을 통해 사회에서 제거되었기에 인류 유전자 풀에서 폭력성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철학자 루소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대 과학은 끝없는 교육과, 계몽과, 가축화만이 인류 행복을 보장한다고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