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토르모, ‘방문’을 위한 스케치, 1528~29년경, 종이에 분필, 47x37㎝,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소장.

지난주의 칼럼을 기억하는 독자들께서는 바로 이 그림을 알아보실 것이다. 이는 성모 마리아와 사촌 엘리자베스가 만나는 장면을 담은 폰토르모의 ‘방문’을 위한 스케치다. 화가는 세로 길이 2m가 넘는 큰 작품을 위해 우선 이처럼 작은 종이에 붉은 분필로 격자를 그려 놓고 구도를 잡았다. 양옆에 건물을 두어 대략의 공간을 구성하고 여인들의 위치와 자세, 표정과 의상에 이르는 세부를 그린다. 그런 다음 실제 그림을 그릴 목판에 같은 비율로 격자를 긋고 각각의 칸을 옮겨 그리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완성작과 습작을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유사하지만 화가가 바닥에 모여 있는 네 여인의 발 여덟 개를 보기 좋게 배치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벽화를 비롯한 큰 그림을 많이 그리던 이탈리아의 화가들은 스케치부터 아예 실제 크기의 거대한 종이 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그걸 그대로 화면에 옮기기도 했지만 폰토르모는 격자를 활용했다. 원작을 적외선 반사 촬영으로 확인한 결과 유화 물감 아래 습작과 같은 격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과학기술의 발달은 물감 아래 숨겨져 있는 수백 년 전 화가의 작업 방식을 자세히 드러내 준다. 특히 적외선 반사광은 안료의 특정 화학 성분에 서로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제 화가가 사용했던 물감의 색채를 정확히 복원할 수 있고 심지어 화가가 어떻게 붓을 움직였는지도 추적 가능하다.

‘방문’ 또한 최근에 미술품 복원 전문가들이 층층이 앉은 먼지와 후대의 보수 과정에서 쓰였던 여러 겹의 탁한 광택제를 벗겨 내고 원래의 눈부신 색채를 살려낸 것이다. 이처럼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미술사와 결합하면 익히 알던 작품들로부터도 끊임없이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