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조각(組閣) 발표 때 호남 출신 장관이 3명이었다. Y 장관이 그중 한 명이었는데 청와대 자료에 전북 완주 출생으로 표기돼 있었다. 그를 서울 사람으로 알던 주변이 의아해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출생지가 완주 어디냐"는 질문이 나오자 Y 장관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충남 서산이 고향인 부친이 6·25 때 잠시 완주로 피란 가 그를 낳았으니 헷갈릴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 조각 때는 호남 출신이 2명이었는데 J 장관이 그중 한 명이었다. 그 장관은 기자들에게 "서울에서 자라고 살았지만 아버지 쪽 위로는 전북 고창 출신이다. 출신지는 그곳으로 해달라"고 했다. '조상 무덤이 있는 선산(先山)이 출신 기준'이란 말도 등장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검찰총장을 발표하면서 "서울 출생이지만 선산이 전북에 있다"고 한 것이다. 지역 안배를 강조하느라 나온 말이다.

▶지난주 청와대가 새 장관 후보 7명을 발표하면서 출신지 기준을 고등학교로 하겠다고 했다. 발표 자료에 늘 들어가던 출생지를 빼버리면서 한 설명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장관 7명의 출신지는 서울 4, 인천 1, 경북 1, 강원 1명이다. 과거 정부에서 전북 출신으로 분류된 행안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에서 고교를 나왔기에 이번엔 서울 출신으로 바뀌었다. 전북 익산 출생이지만 경북 구미 금오공고를 나온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경북 출신이 됐다. 광주 출생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제물포고를 나와 인천 출신으로 분류됐다. 과거의 출생지 기준을 적용하면 장관 7명 출신지는 서울 1, 호남 3, 부산·경남 2, 강원 1명이 된다.

▶청와대 대변인은 "출생지란 것이 객관적이지 않다. 출생만 하고 성장은 다른 곳에서 한 분이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고교 중심으로 발표했다"고 했다. 그러나 출신 고교가 출생지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특정 지역 편중 인사를 가리려는 '출신지 세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안배 인사는 역대 정권마다 늘 골칫거리였다. 이 정부 사람들은 "지역 안배에 여성 할당까지 고려해야 돼 더 골치 아프다"고 한다. 복잡한 퍼즐을 이리저리 맞추다가 '고교 중심 출신지 분식(粉飾)'이라는 아이디어가 등장한 모양이다. 청와대는 앞으로 고교 기준을 계속 쓸지에 대해선 명확히 하지 않았다. "확정적이지 않지만 이런 기준이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만 했다. 상황이 바뀌면 기준을 또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