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국회가 촛불 혁명 이전에 구성됐기 때문에 공수처 설치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간 격투가 진행되는데 (야당은) 공수처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달엔 청와대 청원 답변을 통해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야당이 반발하자 이날 유튜브 방송에선 "저의 답변 뒤 야당이 '국회의원 포함이 옳다'고 해 다행"이라고 조롱했다. 공수처 문제는 국회 입법 사항이고, 정부의 의견은 법무부에서 밝히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이 정부에선 법무부는 투명 부처이고 모든 권한은 청와대 민정수석이 행사한다.

조 수석은 국회나 법무부가 발표해야 할 헌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발표했다. 법원 수사와 관련해 특별재판부 설치가 필요하다고 훈수를 두고, 특정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을 올렸다. 언론에 성범죄 관련 글을 기고하는가 하면 경제·노동 관련 사안에도 끼어들었다. 역대 어느 민정수석도 한 적 없는 일이다. 한동안 뜸한가 싶더니 이번엔 '촛불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고 야당을 대놓고 공격한다. 자신이 비서 신분이란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인사 검증 실패로 중도 사퇴한 사람이 10명 가깝다. 모두 조 수석 책임이다. 다른 정부에선 경질됐을 것이다. 조 수석이 지휘하는 특별감찰반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정부 산하기관 임원들을 찍어내기 위해 민간 사찰을 하고 공무원 휴대폰을 빼앗아 마구잡이 감찰을 벌였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런데도 조 수석은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외부 비판쯤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듯 소셜 미디어에 '노 서렌더(항복은 없다)' 노래를 링크했다. 이제는 여권 성향 방송에 나가 정치 발언을 한다. 인터넷 댓글 달듯 하는 '국정(國政) 놀이'를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