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 나타난 시진핑(習近平·65) 국가주석의 모습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였다. 그를 찍은 사진은 각도에 따라 머리 전체가 흰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 시각) "시 주석이 중국 지도부의 '흑발 정치' 전통을 깨고 염색을 포기했다"면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흰 머리카락이 한 가닥도 없다'고 자랑하는데 중국 국가주석은 흰머리를 일부러 드러낸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 지도부는 흑발을 고수했다. 장쩌민 전 주석은 재임 당시 윤기 나는 새까만 머리카락이 트레이드마크였고, 후진타오 전 주석도 언제나 흑발이었다. 그는 '꼼꼼한 성격 탓에 10일에 한 번씩 염색한다'는 말도 돌았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염색을 했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은데, 말년 전까지는 주로 흑발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영국 BBC는 2013년 '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새까만 머리카락을 한 나이 든 사람들'이라고 묘사했을 정도다.
중국 지도자들의 머리카락 염색은 대중 앞에서 더 젊고 건강해 보이기 위한 방법이다. 전한(前漢) 말기 신(新)나라를 세운 왕망(王莽)도 '외부에 과시하기 위해 머리카락과 수염을 검게 염색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그 역사가 깊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자 줄리언 게위츠는 "과거 중국 지도부의 검은 머리는 내부 순응과 규율을 나타낸다"고 했다. 중국 고위층의 갑작스러운 흰머리는 은퇴나 낙마를 의미했다. 2015년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은 하얗게 센 머리로 법정에 나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시 주석의 흰머리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개헌으로 종신 집권 기반을 닦아놓은 만큼 기존의 규율을 깨고 독자적인 정치 스타일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는 줄이고 친서민 이미지를 부각했다는 분석도 있다. 백발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검게 염색을 했으나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흰머리 노출을 늘려간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시대 중국 지도부의 '흑발' 공식도 해금되는 분위기다. 현재 중국 최고위층인 25명의 정치국 위원 중 7명이 백발이다. 류허 부총리와 왕이 외교부 부장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