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당국자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NO"라고 단 한마디로 답했다. 별다른 부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내용이다. 동맹국 정상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제안을 미국이 즉각 거부한 것이다. 미국 방침은 이미 결정돼 있으니 한국 정부는 이 문제로 더 이상 성가시게 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급히 워싱턴으로 달려갔다 돌아온 외교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협의 결과를 밝히지 않았다. 차마 미국 측 반응을 그대로 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순간에도 북한이 어떻게든 제재를 풀어보려고 매달리는 모습을 통해 제재가 북한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래서 미국의 조야 전체가 북한이 핵 포기를 결심하도록 몰아가는 방법이 대북 제재 압박뿐이라는 공감대로 하나가 된 상황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다른 나라도 아닌 북핵 최대 피해국인 한국의 대통령이 제재를 풀어주자고 하니 아직도 '김정은 쇼' 미몽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을 마련해 대미 협의를 준비하겠다"고 하고 있고, 집권 여당 관계자들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를 통해 미·북 중재를 견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 혼자만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분별을 잃어버렸다. 오죽하면 이런 한국 움직임에 미국 관계자들이 "농담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다.

미 상원 동아태 소위원장은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을 강조하면서 "이 메시지는 평양의 변화가 없음에도 남북 협력만 추구하려는 한국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 경고한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상원의원들은 한국 정부가 성급하게 제재 완화를 서두르다가는 한국의 은행과 기업들이 제재당할 위험이 있다는 편지를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이 말을 흘려듣고 농담과 같은 제재 완화를 실제로 계속 밀어붙이다간 국가와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