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땐 대표, 안되면 얼굴마담?"

서울 강남의 대형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각종 범죄 의혹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커진 건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빅뱅은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중 하나고, 승리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그런 빅뱅과 자신의 이름값을 활용해 버닝썬을 홍보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엔 지상파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버닝썬을 운영하는 모습을 촬영해 내보내면서 "연예인이 사업을 한다고 하면 이름만 빌려주고, 얼굴만 빌려주는 줄 아는데 나는 직접 다 한다"며 "안 그러면 신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버닝썬이 오픈할 때도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버닝썬은 조금 더 큰 장소를 원했던 팀원들을 위한 나의 성의"라며 "팀원들이 실력을 더 발휘하는 장소라고 생각하며 (버닝썬 오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승리가 언급한 팀이란 버닝썬에서 일했던 MD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버닝썬 역시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승리를 '대표님'이라고 부르면서 그가 클럽에서 공연하는 사진 등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승리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버닝썬을 경영하는 것처럼 행동하던 모습. MBC

게다가 본지가 버닝썬의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승리는 클럽의 사내 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주요 이사진 대부분이 승리의 가족이거나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승리의 어머니 강모(57)씨가 버닝썬의 감사로 등재돼 있었고, 공동대표이사인 이모(29)씨 역시 승리와 다른 클럽이나 외식 업체 등 여러 사업을 함께 운영한 친구다. 승리와 나란히 사내 이사로 등재된 강모(40)씨 역시 이전부터 승리와 여러 프로젝트를 협업한 적 있는 예술계 인물로 알려졌다. 승리는 버닝썬 문제가 커지기 시작하던 1월 24일 버닝썬 사내 이사직을 사임했다. 빅뱅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승리가 올 상반기 군 복무를 앞두고 의무를 다하기 위해 클럽 이사직에서 사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승리가 사임한 날 군 복무와 무관한 그의 어머니 역시 감사 자리를 내놓았다. 자신과 가족이 논란에 휘말리는 걸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본지는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YG엔터테인먼트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 승리는 버닝썬에서 벌어진 사건은 물론, 버닝썬 자체와 선을 긋고 있다. 그는 마약 유통 의혹 등이 터지던 시점이던 지난 2월 "연예인이기에 대외적으로 클럽을 알리는 활동만 했을 뿐, 실질적인 클럽의 경영과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지난달 2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자진 출석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으면서 "저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런 전례 없는 '셀프 수사촉구 탄원서'가 보도되자 포털 사이트 등에는 "전엔 대표라더니 문제가 생기니 모르쇠로 버틴다" "지상파에서 홍보할 땐 언제고 정반대 방향으로 언론 플레이냐"는 비판 댓글만 1만건 이상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