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국가 등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보복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6일(현지 시각) 베네수엘라 정부는 ‘반(反)마두로’ 세력 수장인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의 귀국 소식을 보도한 미국인 기자를 10시간 이상 억류한 뒤 추방했다. 같은날 베네수엘라 주재 독일 대사도 ‘내정 간섭’ 혐의로 추방됐다.

◇ ‘과이도 귀국’ 보도한 美 기자 10시간 억류 뒤 추방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 마이애미 지역방송인 WPLG 로컬 10 뉴스 소속 기자 코디 웨들은 이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자택에서 체포됐다. 컴퓨터를 포함한 모든 장비도 압수됐다. 당시 웨들의 집에 함께 있던 베네수엘라인 동료 카를로스 카마초도 함께 체포됐다.

웨들의 억류 소식에 미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마두로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웨들의 고향인 버지니아주(州)의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 당국이 그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석방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웨들은 10시간 이상 조사를 받은 뒤 이날 밤 늦게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WPLG 로컬 10 뉴스는 전했다. 추방 조치된 웨들은 현재 카라카스 외곽 마이게티아 국제공항에서 미국행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7일 오전 플로리다주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19년 3월 6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거주 중인 미국 마이애미 WPLG 소속 기자 코디 웨들을 체포했다가 추방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웨들의 억류·추방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현지 언론자유 단체 에스파시오 푸블리코는 웨들 기자가 ‘반역 혐의’로 체포됐다고 추정했다.

앞서 웨들은 남미 순방에 나섰던 과이도 의장의 귀국 소식을 보도했다. 과이도는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반(反)마두로’ 야권 세력의 수장으로, 마두로 정권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과이도는 출국금지 조치와 체포 위협에도 4일 귀국했다. 마두로 정권이 웨들을 추방한 것은 과이도 귀국 보도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마두로 정부는 지난달에도 미국 스페인어 방송사인 유니비전 소속 앵커 호르헤 라모스를 억류·추방한 바 있다. 라모스는 지난달 25일 마두로 대통령과 인터뷰하며 그에게 베네수엘라 국민이 쓰레기를 뒤져 음식을 먹는 영상을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 獨 대사도 추방…서방 vs 마두로 갈등 고조

마두로 정부는 6일 베네수엘라 주재 독일 대사 다니엘 크리너에게 48시간 안에 베네수엘라를 떠날 것을 명령했다.추방 이유는 ‘내정 간섭’으로 알려졌다.

크리너 대사는 지난 4일 과이도 의장이 귀국할 때 다른 나라 대사들과 함께 공항에 나가 그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당시 상황에 대해 "베네수엘라 영토에서 외국 외교관이 야당 극단주의자들의 음모론적 의제에 동조하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마두로 퇴진 운동을 주도하며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과 마두로 정권의 관계는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6일 성명을 내고 마두로 정권의 불법 거래와 자금 조달을 돕는 금융기관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독일 정부도 대사 추방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 대사 추방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유럽의 과이도 의장 지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