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호〈사진〉 부장판사가 수사 정보를 누설했다며 재판에 넘겨진 것을 둘러싸고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성 부장판사 기소가 자의적이고 정치적"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 1월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를 '댓글 조작' 지시 혐의로 법정 구속했다. 이후 여당은 성 부장판사를 '적폐 판사'로 규정하며 탄핵까지 거론했다. 검찰의 기소가 이런 여권의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이 작년에는 성 부장판사를 사법행정권 남용의 피해자로 분류했다가 최근에 와서야 수사 정보 누설 가담자로 엮은 것 아니냐"고 했다. 검찰이 작년 11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재판에 넘기며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성 부장판사가 사실상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피해자로 기록돼 있다.
검찰은 2016년 법조 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했다. 일부 판사들도 연루돼 있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신광렬 부장판사에게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서 법원에 낸 수사 기록을 복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판사들에 대한 수사 동향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영장전담판사로 일했던 성 부장판사가 기록 등을 복사해 윗선에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했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담겨 있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 5일 성 부장판사를 기소할 때는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될 수사 기밀을 10차례에 걸쳐 누설했다. 그 양상이 심각하다"고 했다. 윗선의 지시를 어쩔 수 없이 따른 것이 아니라 이런 일들이 위법한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적극 가담자'라는 취지였다. 한 고위 법관은 "검찰이 성 부장판사에게 적용한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공무원이 직무상 얻은 정보를 사적 목적으로 누설하는 걸 막자는 취지의 조항"이라며 "같은 판사 집단인 법원행정처에 내부 정보 보고 형식으로 올린 것을 공무상비밀누설로 거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검찰이 최근 성 부장판사를 재소환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작년 9월 성 부장판사를 불러 조사했었다. 이후 5개월 넘게 조사를 안 하다가 기소 직전에 다시 불렀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재판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검찰은 "성 부장판사뿐 아니라 다른 기소 대상자들도 모두 비슷한 시기에 불렀다"며 "해당 조사는 지문(指紋) 채취 등 기소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었고 김경수 지사 판결과는 아무 관련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