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제로페이'를 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금융 기술인 핀테크를 활용해 자영업자들을 옥죄는 카드 수수료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자는 게 도입 취지다.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 남짓 지났는데, 일각에선 벌써 낮은 가맹률 등을 문제 삼아 성패를 논하고 있다. 그러나 제로페이는 유력 결제 수단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제로페이는 대세에 맞는 기술 변화이다. 현금 거래의 한계가 거론되기 시작되던 1949년 미국의 다이너스 카드가 '플라스틱 머니(Plastic Money)'를 제시해 카드 시대의 문을 열었다. 제로페이는 카드 시대의 뒤를 잇는 모바일을 토대로 한다. 현재 중국 소액 결제 시장의 93%를 모바일 간편 결제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점유했고, 일본에서도 간편 결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바일 결제를 시험 도입한 기업 대다수가 제로페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제로페이는 독점 없이 누구나 참여해 경쟁할 수 있다.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홍보하니 일각에선 '관치 페이' 논란을 제기하는데, 초기 안정화 노력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타 간편 결제 플랫폼과의 건강한 경쟁도 가능하다.

제로페이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착한 결제'이다. 자영업자는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없어져 영업이익이 올라간다. 소비자는 카드보다 높은 40% 소득공제 혜택과 공공기관 할인 혜택을 함께 받을 수 있다. 연 매출 8억원 이하 업체에는 결제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힘없는 자영업자나 중소상인일수록 더 높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해온 불공정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서울시는 결제 절차를 지금보다 훨씬 간편하게 바꾸고, 교통카드 기능도 부여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업무추진비, 각종 보조금 등 공적자금 집행까지 제로페이로 지급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계획들이 실행되면 불편·지적 사항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카드 시대가 70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는 점에 비춰보면 제로페이는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일정 시점이 되면 누구나 손쉽게 널리 쓰는 생활 속 지급수단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