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국무총리) 앞으로 빗자루 10여 자루가 배달돼 왔다. 얼마 전 쑤 행정원장이 "빗자루 한 자루만 있어도 중국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하자 중국인들이 '빗자루 줄 테니 어디 한번 싸워보라'며 보낸 것이다.

쑤 행정원장은 지난달 22일 입법원(국회)에서 야당인 국민당 라이스바오(賴士葆) 입법위원(국회의원)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이 전쟁하면 당신은 뭘 할 거냐"라고 묻자 "주변에 아무 무기라도 들고 싸울 거고 항복은 없다"며 "빗자루 한 자루만 있어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답변했다. 대만 집권 민진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지지층을 결집 중이다. 최근 차이잉원 총통의 대중(對中) 강경 노선이 지지층에 먹혀들자, 같은 당 쑤 원장도 반중(反中)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 발언이 알려지며 중국에서는 '빗자루 대만 보내기 운동'이 벌어졌다. 지난달 25일 중국 토론 사이트 '톈야(天涯)'에서 한 네티즌이 '25위안(약 4200원)짜리 빗자루를 쑤전창에게 보냈다'며 배송 내역서 사진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사진 속 배송 목적지는 대만 타이베이시 중정구 행정원. 뒤이어 네티즌 20여 명이 같은 주소로 빗자루를 보냈다는 '인증샷'을 앞다퉈 올렸다.

쑤 행정원장 얼굴을 해리포터가 빗자루 타고 있는 모습에 합성한 사진도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쑤가 말한 빗자루가 마법 빗자루를 말한 거였어?'라는 댓글을 달거나 '대만 25만 병력에게 총 대신 빗자루 한 자루씩 지급하면 감세 효과가 클 것' '긴급 속보! 내년부터 대만 국방 예산에서 빗자루 구매 예산 대폭 증액' 등 비꼬는 글을 썼다.

친중 성향인 대만 야당 국민당 대변인은 "전쟁을 애들 장난으로 여기니 빗자루가 무기로 보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