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 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관련해 외교·안보 부처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서 "이제 우리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다시 한 번 미·북 간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외교 소식통은 "미·북 간 대화 재개를 위한 '대북(對北) 특사' 파견을 검토할 수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남북 정상 간 '판문점 회담'과 한·미 정상회담도 추진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주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미·북과 실무 접촉 등을 통해 양측의 입장 차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북 간 '중재자'로 나서기 위해선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미국과는 공식 외교 라인을 통해, 북한과는 '국정원-통전부' 라인을 통해 물밑 대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NSC 전체 회의 주재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작년 6월 14일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번 NSC 전체 회의에는 강경화 외교, 조명균 통일, 정경두 국방장관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한다.

청와대는 아직 '대북 특사 파견은 이르다'는 기류가 강하다. 정부 소식통은 "정확히 어떤 국면에서 회담이 결렬됐는지, 양국의 핵심 입장 차가 무엇인지 명확하지가 않은 '깜깜이 상태'"라며 "미·북과 접촉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모으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김 대변인도 이날 "산발적으로 정보가 들어와 있지만 심도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 북핵 수석 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접촉할 예정이다. 북한과는 개성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국정원-통전부 라인 등이 우선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미·북 간 비핵화 방안과 상응 조치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힐 여지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작년 외교적 고비 때마다 사용됐던 '대북 특사' 카드도 적절한 시기에 쓰일 것"이라고 했다.

2차 미·북 회담 결렬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부탁한 만큼 문 대통령이 판문점 등에서 '깜짝'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먼저 김정은을 만난 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양측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작년 5월 24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약 2주 앞두고 '회담 취소'를 발표하자 문 대통령은 이틀 뒤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정은과 만나 '미·북 회담 재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회담은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통전부장 간 연락 채널을 통해 성사됐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만남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이전과 달리 미국은 '영변 핵 시설 폐기' 이상의 것을 요구할 것이고, 북한은 영변 테두리 내에서 '제재 완화'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북 어느 한 쪽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않는 한 '중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의 '강경' 기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1일(현지 시각) 강경화 외교부 장관,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가진 연쇄 통화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양 정치국원에게 '핵이 없는 북한을 위해선 유엔 제재가 핵심'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