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 당국은 3일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FE)을 올해부터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은 매년 3~4월 실시돼 온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훈련이다. 한·미 당국은 작년부터 남북, 미·북 대화 국면을 의식해 대규모 연합 훈련을 유예·축소해 왔지만 폐지키로 한 것은 처음이다. 미·북 간 비핵화 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오히려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만 줄줄이 폐지·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이 전화 통화를 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군 관계자는 "미국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미 훈련은 비싸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남북 관계 진전과 미·북 회담 재개를 염두에 두고 폐지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합참과 한미연합군사령부는 키리졸브 대신 소규모 훈련인 '동맹 연습'을 4~12일 일주일간 실시한다고 했다. 한·미는 지난 2007년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을 키리졸브로 바꿔 매년 '워 게임' 형식의 가상 지휘소 훈련을 실시해 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가상 공격에 대한 전면적 반격 대신 휴전선 이남에서만 방어하는 성격"이라며 "북한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연합 실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은 1975년 '폴 이글(Foal Eagle)'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래 44년 만에 폐지된다. 군 관계자는 "대대급 이하 훈련들은 일부 연중에 실시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초 취지인 북한군 특수부대 후방 침투에 대한 연합 대응, 후방 기지를 통한 대규모 전시 증원 병력 전개 훈련은 없어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