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급 호텔 체인 프린스호텔은 전국 7개 지점에서 오는 4월 30일 자정에 진행하는 웨딩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심야에 결혼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예비 신혼부부들의 호응이 좋았다. 4월 30일이 아키히토(明仁) 현 일왕의 재임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헤이세이(平成) 마지막 날 결혼식을 열어, 자정엔 서로 사랑을 맹세하고 키스를 나누도록 연출해준다는 것이다. 일본은 결혼식에 가까운 소수의 가족·친구만 초대하는 만큼, 이들이 자정에 다 같이 모여 카운트다운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일본 고급 호텔 뉴오타니오사카도 '헤이세이 30'이라는 결혼식 상품을 내놓았다. '헤이세이에 만나, 헤이세이를 걸으며, 헤이세이에 미래를 약속합시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오는 4월 30일 아키히토 일왕 퇴임을 앞두고 '헤이세이 최후의 ○○'라는 식의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헤이세이 최후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내건 홍차와 과자를 결합한 광고. 오른쪽은 헤이세이 마지막 날인 4월 30일을 유통기한으로 정해 내놓은 '헤이세이 마지막 감자칩'.

많은 예비 부부는 지난 생애 대부분을 헤이세이 시대 30년 속에 보냈고, 연인을 만나 사랑을 키웠다. 그런 만큼 헤이세이 시대 마무리와 함께 결혼으로 사랑도 완성한다는 의미다.

이 상품을 구매한 오사카의 한 여성 직장인(42)은 "(1995년 한신대지진·지난해 6월 오사카 지진 등) 내 헤이세이 시대는 재해뿐이었다"며 "마무리라도 좋은 일로 하고 싶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헤이세이는 아키히토 일왕 재임 기간(1989년 1월 8일~2019년 4월 30일) 동안 사용하는 일본식 연호다. 오는 4월 30일 아키히토 일왕이 퇴임하면 이 '헤이세이' 시대도 마무리된다. 이른바 개원(改元·원호가 바뀐다는 뜻)이다. 개원을 앞두고 일본에선 '헤이세이 최후의 ○○' 마케팅이 넘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헤이세이 최후의 여름 불꽃놀이', '헤이세이 최후의 크리스마스', '헤이세이 최후의 취업활동' 등 모든 행사마다 '헤이세이 최후'라는 홍보 문구가 빠지지 않았다.

발 빠른 반응을 보인 곳이 웨딩업계다. 헤이세이 시대를 마무리하며, 혹은 새 연호의 시작과 함께 결혼하려는 사람들을 겨냥한 상품을 속속 내놓았다. 온라인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의 이름 '헤이세이 점프(JUMP)'가 '결혼하지 못한 채 헤이세이 시대 30년을 뛰어넘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는 등 한 시대가 마무리되는 분위기가 "헤이세이가 끝나기 전에 결혼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했다. 요코하마베이호텔도큐 관계자는 "헤이세이 막차 결혼 플랜 덕분에 4월 결혼식 예약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많았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헤이세이 시대 추억을 자극하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제과·제빵 업체가 대표적이다.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에는 '헤이세이 마지막 의리 초콜릿'이 선전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선 '직장 동료 등에게 의리로 초콜릿을 선물하는 걸 그만두자'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하지만 올해는 헤이세이 시대를 마무리하면서 그간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현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덕분에 초콜릿 뒤에 '감사' 등의 문구가 새겨진 초콜릿이 인기를 끌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제과업체 고이케야(湖池屋)는 지난 1월, 헤이세이 마지막 날인 4월 30일을 유통기한으로 정한 감자칩을 내놨다. 이름은 '헤이세이 마지막 감자칩'. 과자 봉지에 '유토리 교육', 'IT 혁명' 등 헤이세이 시대를 상징하는 시사용어를 적어둬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결국 일주일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렸다고 한다. 백화점 다이마루 마쓰자카야는 '헤이세이'라고 적힌 대형 순금 기념화폐를 30만엔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마케팅이 넘치는 건 아키히토 일왕이 예외적인 '생전 퇴위'를 단행한 덕분이다. 새로운 일왕의 즉위가 곧 축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새 일왕이 즉위하는 5월 1일이 휴일로 지정되면서, 일본 최대 명절인 골든 위크가 10일로 늘어난 것 역시 축제 분위기 조성을 뒷받침했다. '헤이세이 최후의 골든위크'로 항공권·투어 상품이 불티나게 판매된 것은 물론이다. 마케팅 전문가 아리마 겐지 릿쿄대 교수는 "시대의 갈림길이라는 특별한 경험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아사히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