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홍준표는 정치인, 유시민은 ‘정치활동하지 않는 사람’"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달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식당에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유튜브를 통한 정치인들의 ‘실시간 모금’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유튜브는 방송 도중 시청자가 소액 자금을 전송해주는 '슈퍼챗' 기능을 갖고 있는데, 선관위는 이를 통한 모금을 문제삼았다. ‘쪼개기 후원’ 등 각종 불법 후원금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런데 선관위가 이 규제를 발표하면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치인’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각각 분류해 규제를 달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르면 홍 전 대표는 실시간 모금이 불가능하지만, 유 이사장은 실시간 모금이 가능하다.

3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달 22일 ‘정치자금법상 소셜미디어 수익 활동 가이드라인’을 제작, 현역 국회의원들과 홍 전 대표를 비롯해 유튜브를 활용하는 정치인 등에게 배포했다. 여기엔 정치인을 상대로 한 소셜미디어 시청자의 금전 제공은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있어 유의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선관위는 이같은 규제 도입 이유는 유튜브 슈퍼챗 기능을 통해 ‘쪼개기 불법자금 후원’ 등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개인이 국회의원 1명에 연간 500만원까지만 후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또 이런 실시간 모금은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활용하도록 허용하지만, ‘정치인’ ‘정당’ ‘국회의원’ 등은 활용할 수 없다고 금지했다. 표현의 자유와 영리활동의 자유 등을 감안해 규제 대상을 ‘정치인 등’으로 제한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낸 유튜브 관련 공문의 ‘수익활동 가능여부 비교’표.

그런데 선관위는 이 과정에서 홍 전 대표는 ‘정치인’으로, 유 이사장은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각각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지낸 유 이사장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하는등 수 차례 불출마 의사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홍 전 대표는 현역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최근 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려 했고, 추후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서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선관위는 봤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는 홍 전 대표의 ‘홍카콜라TV’가 25만명, 유 이사장이 주도하는 ‘사람사는 세상’이 71만명이다. 선관위 가이드라인에 따르자면 유 이사장은 실시간 모금이 가능하지만, 홍 전 대표를 비롯해 10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도 실시간 모금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70만명 이상의 구독자에게 매주 ‘정치 발언’을 하면서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 유 이사장만 유독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일각에선 "유튜브 규제를 안받던 사람이 어느날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할 때와, 유튜브 규제를 계속 받아온 사람이 선거에 출마도 안할 때는 서로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홍 전 대표는 지난달 6일 소셜미디어에서 "(나는) TV홍카콜라의 출연자에 불과하고 수익은 방송 운영자들이 모두 가져간다. 단 한 푼의 수익을 받지도 않고 출연료도 받지 않는 출연자에 불과하다"고 했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9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선언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