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장 중에 보았습니다. '東權(동권)'이라는 면세점 운영 회사가 있더군요. 영어명을 'Orient King Power(오리엔트 킹 파워)'라고 적었습니다. '권(權)'을 '킹 파워'로 번역했네요.
원래 '권'은 저울을 뜻한답니다. 무게를 저울질하는 사람은 파워 있는 사람이지요. 한편 언제 사고팔지 저울질하려면 판단력이 좋아야 합니다. 그래서 '권'에는 때에 알맞은 판단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권력이란 '킹 파워'와 '현명한 판단'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말이네요.
'권'은 동양학 전공자에게는 유명한 개념입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인 '경(經)'에 대해 임기응변을 뜻합니다. 좀 어려운가요? 맹자가 쉽게 설명했습니다. 형수 손을 잡아서는 안 되는 게 원칙인 '경'이지만, 형수가 물에 빠졌을 때 손을 잡아 끌어올리는 행동이 '권'이라고요.
우리 역사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병자호란 때 김상헌과 최명길은 각각 '경'과 '권'을 내세워 설전을 벌였습니다. 소설 및 영화 '남한산성'에서 둘의 처절한 논쟁을 보셨지요. 김상헌은 죽음을 각오하고 오랑캐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경'을 내세웁니다. 최명길은 굴욕을 감내하고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권'을 주장합니다. 김상헌이 "윗옷과 바지를 거꾸로 입을 순 없다"고 하자 최명길은 "끓는 물도 얼음도 다 같은 물이다"고 받았습니다.
엊그제 하노이 회담 결렬 소식을 접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북의 '최고 존엄'이 인민의 삶보다 권력 유지를 최고 원칙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킹 파워' 지키려다 '현명한 판단'을 놓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