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처음 아이들을 만난 날
아담 렉스 글ㅣ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서정 옮김ㅣ북뱅크ㅣ33쪽ㅣ1만4000원
입학을 앞두고 설레는 가슴, 들뜬 마음은 아이들 몫이라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달콤한 펀치를 맞았다. '프레드릭 더글라스'가 보여주는 속마음 한 자락이면 처음 학교에 가는 신입생들도 혹은 유치원에 들어가는 꼬마들도 걱정 끝! 여기서 프레드릭 더글라스는 동네에 새로 지어진 초등학교다.
사람들은 땅을 파고 기둥을 세우고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학교를 지었다. 요즘 그를 만나러 오는 사람은 청소부 한 명뿐. 야무진 손길로 마루를 쓸고 창문을 닦으면 학교는 간지러워서 배를 잡고 웃는다. 하지만 곧 아이들이 온다는 소식에 학교는 움찔한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들이닥친 아이들은 그야말로 북새통. 문이란 문은 죄다 여닫고, 수돗물을 마시고, 정글짐에서 논다. '뭐, 그러라고 만든 거니까'라고 프레드릭은 생각하지만, 어쩌다 아이들이 "난 학교가 싫어!"라고 말하면 '학교도 네가 별로일걸?' 하며 뾰로통해진다. 주근깨 다닥다닥 붙은 여자아이가 학교에 안 오려고 발버둥치면 '내가 그렇게 끔찍해?' 하며 시무룩해진다.
저자는 1학년들이 우스갯소리를 하며 친해지고, 도형을 배우며 자라는 과정을 콜라주로 정답게 꾸민 그림을 곁들여 내민다. 그걸 '눈'으로 보며 덩달아 철드는 학교의 모습이 대견하다. 차가운 건물이어서 아픔도 모르는 학교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교실 뒤에 압핀으로 그림을 붙이자 "아야!" 하는 대목이 귀엽다. 마냥 무섭고 딱딱해 보이는 학교가 실은 추억을 쌓아가며 함께 자라 가는 정다운 친구라는 설정이 푸근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