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수사중인 검찰이 문제가 된 제품을 판매한 애경산업 측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 이 업체 전직 대표 등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지난 27일 이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만든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한 유통업체다.

이 사건은 2011년 한 시민단체가 "원인 미상의 폐렴으로 사망한 영·유아가 수백 명에 이르는데 이들 상당수가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문제가 된 것은 옥시에서 제조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제품이었다. 피해자들은 2012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일반 형사 사건으로 처리해 검사 1명에게 사건을 배당한 후 경찰 수사를 지휘만 했다. 2013년엔 최종 역학조사가 안 나왔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시켰다.

2015년 살균제가 폐 손상과 관련이 있다는 정부 공식 발표 이후 수사가 재개됐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로 사용된 PHMG가 독성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검찰은 2016년 6월 가습기 살균제 업체 8곳을 수사해 전·현직 임직원 19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 옥시 측 연구용역을 받고 실험 결과를 조작한 대학 교수 2명도 구속 기소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고발은 또 이어졌다. 2016년 8월에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거나 시중에 유통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옥시와 마찬가지로 ‘유해 성분을 함유한 살균제를 만들고도 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모르고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SK케미칼 측에서 살균제 원료로 썼던 클로로메탈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1월 초 CMIT와 MIT에도 유해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고,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같은 해 11월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혐의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현직 임원 14명을 다시 고발했다.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12일 "미국 EPA(환경보호청) 보고서 등을 보면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CMIT·MIT 물질이 유해 성분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 8일 애경산업, SK케미칼, 이마트 본사 등지를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애경산업 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애경산업의 변호를 맡은 김앤장이 검찰의 압수 수색보다 먼저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애경산업 내부 자료를 갖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 지난 19일 김앤장을 압수 수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