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지자체 자율과 권한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지자체 간 복지 제도 중복을 막는 장치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사회보장법상 정부 부처나 지자체는 사회보장 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사업의 타당성이나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기존 제도와 중복 여부'를 따져보기 위한 것이다. 원래 정부는 2017년까지 지자체 등이 만들려는 사회보장 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변경·보완 요청을 해서 추가 협의를 진행하거나, 아니면 아예 '부동의(不同意)' 처리를 했다. 정부는 2016년 서울시 청년수당 등에 대해 "무분별한 현금 살포"라며 '부동의' 의견을 내는 등 지자체가 만드는 사회보장 제도에 적절히 제동을 걸어왔다.
그런데 2018년부터 '부동의'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했다. 무조건 '재협의'를 진행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내용이 중복되는 제도를 운영하거나, 지자체가 재정 형편에 걸맞지 않은 제도를 만드는 것을 막을 장치를 정부가 스스로 없애버린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와 취업난 등이 이어지면서 지자체들은 '수당' '지원금' '축하금' 등 각종 명목으로 복지 제도를 양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청년·노인에 대해 사회보장 제도별로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서 얼마나 효과를 내고 있는지 종합적 통계조차 없이 가짓수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복되거나, 재정 형편이 좋은 지자체에 복지 혜택이 몰리거나, 형편도 안 되는 지자체가 무리한 제도를 만드는 것을 막을 사회보장 제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서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사회보장 제도가 양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