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주민들이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조감도〉을 무산시키겠다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광화문광장은 전 지역이 종로구에 속해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광화문광장 재조성 계획을 발표하며 왕복 10차선 도로를 왕복 6차선으로 줄이고, 광화문 삼거리는 남쪽으로 170m가량 옮긴다고 밝혔다. 이에 "광화문을 지나는 광역버스·시내버스·마을버스·택시·승용차들이 엉켜 교통마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주민들도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지난달 별도의 대책 없이 설계 공모작이 발표되자 주민들이 조직적인 반대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25일 종로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1일 종로구청에서 열린 주민자치위원회 정례 회의에서 교통 대책 없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안에 대한 성토가 잇따랐다. 평창·부암·청운효자·사직·삼청·가회동 등 6개 동 위원장들은 "지금도 주말마다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어 피해가 막심하다"며 "시에서 현 계획대로 광장 재조성을 밀어붙이면 시위와 집회 증가와 교통 여건 악화, 상권 침체가 불가피하다. 조직적 반대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6개 동은 광화문광장 서쪽을 포함해 북촌과 서촌, 청와대, 세검정을 넘어 북한산과 맞닿은 평창동·구기동까지 이어진다. 종로구 인구 40%에 가까운 6만1000여명이 산다. 주민들은 이날 회의에서 "우선 관내 곳곳에 광장 재조성 반대 현수막을 걸고 주민 서명을 받자"고 의견을 모았다. 정영분 부암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말 나들이객 상당수가 도심을 경유해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는데, 서울시 구상대로 되면 동네 상권은 다 죽는다"고 말했다.

도심권인 사직동 주민들은 교통사고와 매연·소음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가 광화문 삼거리 앞 차로를 축소·이전하면서 사직동 쪽 2차선 찻길을 우회 도로로 삼기로 했기 때문이다. 평소 차량 통행이 뜸한 이곳으로 광역버스·시내버스·마을버스·택시가 다니게 된다.

종로구 사직동 인근 주민 모임인 '광화문환경지킴이회'도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광화문환경지킴이회 관계자는 "만든 지 11년밖에 안 된 광장을 또 뜯어고치는 것은 인근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킴이회의 반대 서명에는 40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장 재조성 공사는 연말 착공 예정이다. 시는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주변 교차로와 신호 체계를 개선하겠다"며 "곧 세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병국 서울시의원(종로1)은 "충분히 시간을 갖고 광장을 기획했어야 하는데, 현재 광장 재조성은 급하게 추진되는 면이 있다"며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광장 재조성에는 찬성하지만 주민들이 겪을 교통·생활 불편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