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드레스와 성별 구분없는 젠더리스 룩이 공존한 아카데미
미투 패션 가고 성 중립 패션 부상하나

마지막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줄리아 로버츠와 레드카펫을 밟은 가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 안젤라 바셋(왼쪽부터).

영화제의 백미는 배우들의 화려한 레드카펫 퍼레이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카펫 룩은 화사함 그 자체였다. 지난해에는 일부 배우들이 성범죄 추방과 여성 인권 평등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무채색 옷에 '타임즈 업(Times up·시간이 다 됐다)' 핀을 달고 레드카펫을 밟았지만, 올해는 많은 배우가 핑크, 레드와 같은 화사한 색상에 러플, 셔링 장식 등을 가미해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아카데미시상식에 참석한 셀럽들의 레드카펫 스타일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① 선명한 핑크부터 은은한 핑크까지 ‘핑크 레이디’

발렌티노 쿠튀르의 핫 핑크 드레스를 입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배우 젬마 찬.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젬마 찬은 발렌티노 꾸뛰르의 진한 핑크 드레스를, 컨트리 가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 쿠틔르의 베이비핑크 드레스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블랙 팬서’의 안젤라 바셋은 안쪽 소매 부분이 부풀린 림 아크라의 원 숄더 핑크 드레스를 입어 개성을 강조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배우 줄리아 로버츠 역시 엘리 사브의 핑크색 드레스를 입어 이목을 사로잡았다.

노배우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73세의 배우 헬렌 미렌은 여러 장의 얇은 시폰이 겹쳐진 스키아파렐리 드레스로 은발의 원숙미를 뽐냈다. 메릴린 먼로처럼 포즈를 잡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핑크 드레스가 다 찬사를 받은 것은 아니다. ‘그린북’에 출연한 린다 카델리니는 비비드한 핑크색 튤(Tulle·망사로 만든 장식 주름)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지만, 튤 장식이 너무 조잡해 ‘워스트 드레서’라는 평을 들었다.

② 드레스 대신 바지, 바지 대신 치마…대세는 ‘젠더리스’

턱시도 재킷과 풍성한 치마로 젠더리스 룩을 선보인 빌리 포터(왼쪽)와 시상자로 나선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의 수트.

뮤지컬 배우 겸 가수 빌리 포터는 파격적인 행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남성용 턱시도 재킷에 풍성한 스커트를 착용해 파격적인 젠더리스 룩을 시도했다. 빌리 포터는 앞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망토와 꽃이 달린 슈트를, 미국영화협회 시상식에서는 황금색 드레스와 재킷을 입고 나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걸작을 만들어준 디자이너 크리스찬 시리아노에게 감사하다"며 턱시도 드레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캔 유 에버 포기브 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멜리사 맥카시는 흰 블라우스와 허리선이 높은 턱시도 바지를 매치해 개성을 드러냈다. 블라우스에 달린 긴 케이프가 멋을 더했다. 에이비 포엘러도 올 블랙 수트로 시크한 멋을 뽐냈다. 생애 첫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은 15살의 배우 엘시 피셔는 단발머리와 검은색의 스리피스 수트, 부츠로 톰보이 룩을 연출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사회자 없이 13명의 공식 시상자를 중심으로 시상식이 진행됐다. 시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된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본명 노라 럼)는 분홍빛의 은은한 바지 정장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아콰피나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에서 주인공 레이철의 친구 페린 고 역을 맡았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남자’를 패러디해 중세 남성(왕) 복장을 하고 의상상 시상자로 나선 멜리사 맥카시.

무대 위에서도 성중립 열풍이 포착됐다. 축가 공연을 펼친 제니퍼 허드슨은 턱시도 재킷과 검은 바지, 망토를 결합해 개성 있는 젠더리스 패션을 선보였으며, 의상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멜리사 맥카시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는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남자’를 패러디해 중세 남녀 복장을 바꿔 입고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③ 시상식 드레스의 정석, ‘블랙 앤 화이트’

알렉산더 맥퀸의 블랙 원피스로 고전미를 뽐낸 레이디 가가(왼쪽)와 순백의 드레스로 고혹적인 미를 연출한 레지나 킹.

‘스타 이즈 본’에 출연한 레이디 가가는 백발에 가까운 금발 머리에 알렉산더 맥퀸의 검은색 튜브 드레스와 긴 가죽장갑을 껴 할리우드 여배우다운 고전미를 뽐냈다. 가수 활동을 할 때 선보인 파격적인 모습과는 상반된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3천만 달러 상당의 티파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귀걸이를 착용해 우아함을 강조했다.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레지나 킹은 드레스부터 구두, 액세서리까지 순백으로 연출해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다.

④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 드레스를 입은 글렌 클로즈(왼쪽)와 은색 드레스를 입은 제니퍼 로페즈.

반짝이는 드레스만큼 주목받는 옷이 있을까? 제니퍼 로페즈는 은색 드레스로 팝의 여왕다운 오라를 뽐냈다. 조각 거울이 모자이크처럼 촘촘히 붙은 톰 포드의 드레스가 몸의 굴곡에 따라 반사되며 다양한 빛깔을 뿜었다.

‘더 와이프’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는 긴 케이프가 달린 금색 드레스를 입어 우아함을 드러냈다.

⑤ 그리고, 뭔가 아쉬운 스타들…

’벌집 같다’는 반응을 얻은 엠마 스톤(왼쪽)과 ‘비옷을 걸쳤냐’는 평을 들은 레이첼 와이즈.

스팽글이 촘촘히 달린 엠마 스톤의 드레스는 벌집을 연상시킨다는 혹평을 얻었다. ‘더 페이보릿: 여왕의 남자’의 레이첼 와이즈는 붉은색 드레스와 클러치 백으로 레드 카펫을 달궜지만, 청순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비닐 상의가 옥의 티로 지적됐다. ‘오션스 8’의 스타 사라 폴슨은 건드리기만 해도 벗겨질 것 같은 핫 핑크 드레스를 입어 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했다.

한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우수 작품상은 인종 간의 화합을 그린 ‘그린북’이, 감독상은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에게 돌아갔다. 가장 많은 상을 석권한 영화는 영국 밴드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담은 ‘보헤미안 랩소디’로, 남우주연상, 음향효과상, 음향편집상, 편집상 등 4관왕을 거머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