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어르신이 비판하자 '막말 잘못' 생각 들었지만 5·18 심층 조사 필요"
서울과학고⋅카이스트 출신의 '모태솔로'로 인터넷에서 화제


"김준교! 김준교! 김준교!"
지난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실내체육관.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4차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청년최고위원 후보 김준교(38)씨가 체육관 밖으로 나오자 10여명의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김준교"를 외치는 이들의 손에는 '김진태'라 적힌 팻말이 들려있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준교 후보가 22일 오후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무명에 가까운 김 후보는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8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저 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 "대한민국을 배신한 반역자"라고 말해 당내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그의 ‘거친’ 입 덕분에 2011년 SBS의 ‘짝’이란 프로그램의 모태솔로 특집에 출연하고 서울과학고와 카이스트를 졸업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김준교가 누구야?’란 관심을 끌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전당대회 마지막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 22일 김 후보를 만나 정치관과 ‘막말’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후보는 이날 연설회가 끝난 후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에 출연하기 위해 승용차를 직접 몰고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인터뷰는 김 후보 차 안에서 이뤄졌다.

김 후보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이 ‘막말’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할 말은 한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표현이 지나치게 과격해 전통적인 보수층에서 거리감을 느낀다는 지적에 대해선 "시원하다고 제 말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한국당에서 최근 논란이 된 ‘5·18 폄훼’ 발언과 관련해서는 "김진태 후보와 의견이 완전히 같다"며 "5·18은 심층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권(與圈)에서 5·18을 왜곡하면 징역형에 처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선 "나치가 하던 짓"이라고 했다.

김 후보의 언행 때문에 한국당의 우경화(右傾化)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지적에는 "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소멸시켜야 하며, 불법체류자와 무슬림 가짜 난민을 즉시 전원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문 대통령 탄핵도 주장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태극기 집회’에 나간다는 한국당 당원 장모(33)씨는 "우리나라가 이 지경이 된 건 다 문재인 때문이다. ‘문재인 탄핵’을 외쳤기 때문에 김준교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말할 때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붙이지 않았다.

18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다음은 김 후보와의 일문일답.
─'막말'이 논란이 됐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나서서 "욕을 하고 싶은 게 수없이 있어도 때와 장소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을 할 때 어떤 생각이었나.
"할 말은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민주당이 비판할 때는 무덤덤했는데,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당 안 어르신들께서도 비판을 하자 '크게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인 보수층은 과격하고 품위 없는 발언을 좋아하지 않는데.
"아니다. 시원하다고 제 말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다. 어르신이 보기엔 아니겠지만, 적지 않은 보수 지지층이 그렇게 생각한다. 당원 중에도 태극기집회에 나가는 사람이 많다. 물론 현재에도 그런 분들이 주류가 아니기는 하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김 후보의 고등학교 후배다. 이 최고위원이 카이스트를 잠깐 다니다 미국 유학을 갔기 때문에 두 사람이 카이스트를 같이 다닌 적도 있다. 이 최고위원은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봤을 때도 정치색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막말 식의 언급은 거의 없었다"고 당시 김 후보를 기억했다. 그런 그가 과격 발언을 하는 데 대해선 "정치 활동을 오래 했는데 많이 빛을 못 봤다. 시간이 길어지면 조급함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김 후보가 조급해서 막말한다"고 했다.
"빨리 출세하겠다는 조급함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다. 다만 나라가 망할 것 같다, 북한에 적화통일될 것 같다는 조급함이 있다. 그래서 무리한 발언이 나온 거다."

─합동연설회 때 보니 주로 김진태 당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응원하더라.
"아무래도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른 당대표 후보 지지자들도 저를 많이 지지한다. 사실 오세훈 후보 지지자들은 저와 정치적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그럼에도 저를 지지한다는 오 후보 지지자들을 현장에서 많이 만났다. 청년최고위원 후보자 중 제가 부각된 덕분이 아닌가 한다."

─김진태 후보를 둘러싼 '5·18 폄훼'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 생각은 김진태 후보와 완전히 같다. 5·18은 심층 조사가 필요하다. '북한군 침투설'도 조사해 봐야 한다. 이종명 의원에게 제명 처분이 내려진 것은 부당하다. 소신을 밝힐 자유가 있는데, 개인의 생각을 드러냈다고 제명하는 것은 잘못됐다."

─여권은 '5·18역사왜곡 처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현 정권과 문재인은 소련이나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과 비슷하다. 최근에도 'https 차단' 등 인터넷을 규제하고 걸그룹 외모를 규제한다. 나치나 하던 짓인데 오히려 '반(反)나치처벌법'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김준교 후보가 22일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태극기를 든 지지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이유가 뭔가.
"개인적으로 과정이 잘못됐더라도 결과가 좋으면,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굳이 뒤집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재인은 김정은과 북한 정권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럼 탄핵시켜야 한다. 최근 드러난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사건, 드루킹 댓글조작 모두 탄핵 사유가 된다."

─한국당이 우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비판이 아니라 좋은 것이다. 한국당은 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그 '오른쪽'은 정확히 어떤 방향인가.
"북한 정권을 타협이나 비핵화 협상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돈줄을 말려서 소멸시켜야 한다. 한국당이 김정은 정권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헛소리를 하는데, 씨를 말려야 한다. 또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보다 자국민 인권을 우선시해야 한다. 불법체류자는 즉시 추방하고, 또 무슬림 가짜 난민을 즉시 전원 추방해야 한다. 그 중에 테러리스트가 섞여 있을지 어떻게 아는가."

김 후보는 자신이 믿는 종교가 기독교라고 했다.

─'보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다. '애국우파'의 다른 이름이다. '자칭' 진보는 체제를 전복시키는 세력이라고 본다."

─존경하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건국했고, 북한에 나라를 뺏길 뻔했던 것을 구해냈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를 발전시켰고, 공산당을 막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가엾고 빨리 석방돼야 한다. 고령의 여성이 이 추운 겨울에 구치소에 있다는 게 너무 가엾다. 박 전 대통령이 잘못한 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탄핵당할 만큼 잘못한 것은 없다. 잘못한 게 있다고 하더라도 문재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김준교 후보가 22일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번에 과거 SBS 예능프로 '짝'에 출연한 일이 알려져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죽을 때까지 '김준교는 모태솔로'라는 말이 따라붙을 거다.(그는 '짝' 모태솔로 특집편에 출연했다.) 어쩌겠나. 난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선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거라고 한다. 부모님도 '혼자 살라'고 한다."

김 후보는 서울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카이스트 산업공학과에 진학했다. 직장에 취직하지는 않았고, 졸업 후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대치동 학원에서 중3부터 고3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쳤다. ‘수능 수학의 지름길’ ‘학원은 사기다’라는, 수학 공부를 돕는 책을 냈고,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를 알려주는 ‘그래서 공부하고 그래도 공부한다’라는 책도 썼다. 그는 "제가 성적은 진짜 잘 올린다. 특히 최상위권 학생들은 전교 1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대치동에서도 ‘김준교가 수학 실력 올리는 건 신(神)’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학원에서 가르쳤던 학생들은, 지금 '쌤'을 TV에서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나.
"얼마 전에도 학생들에게서 '의대에 입학했다'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 여전히 학생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학부모든 학생이든, 두 부류로 나뉜다. 막말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있고, 정치로 대성하기 바란다고 응원하는 사람도 있다.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겠지만, 받은 문자메시지만 보면 학생들은 응원해주는 편이 많다. 학부모 중에선 일부 실망스럽다는 분이 있다."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2002년 일본 와세다대에 교환학생을 갔다. 그 해 제2연평해전이 터졌다. 그 뒤 노무현이 당선됐다. 귀국해서 카이스트에 '창사랑(이회창 팬클럽)'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2007년에 이회창 당시 대선 후보의 사이버보좌관 활동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김 후보는 2008년 제18대 총선에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서울 광진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엔 대전 유성갑에 자유선진당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학원에서 잘 강의하다가 왜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왔나.
"2012년 이후 먹고 살려고 정치에 관심을 끊고 학원에서 강의했지만, 작년 수능이 끝난 뒤 강의를 접었다. 나라가 이 모양이어서 수업이 잘 안됐다. 계속 인터넷으로 정치와 안보 기사만 보게 되더라. 정신이 딴 데 가 있었다. 그래서 문재인 탄핵 여론을 고조시키려고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했다."

인터뷰를 끝내고도 그가 내놓은 말들이 진짜 속마음인지, 아니면 전당대회에서 표를 얻으려는 선거 전략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