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19일 타결된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은 문재인 정부의 첫 노사정(勞使政) 합의라고 할 수 있다. 경사노위가 이 문제를 맡게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11월 여야 5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약속했고, 노사 합의로 방안을 만들어 국회로 보내 달라며 사실상 경사노위 '1호 합의 안건(案件)'으로 삼았다. 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이 불참한 상태지만,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의가 지난 석 달 간 9차례 전체 회의와 수십 차례 비공식 회의를 진행하면서 입장 차를 좁히고 합의안을 타결했다. 경사노위는 최종 시한으로 정한 지난 18일까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하루만 더 논의해 보자"고 했고, 협상에 참여하는 노·사·정 대표의 급(級)을 높여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한다는 총론은 합의됐지만, 탄력근로제 확대에 따른 근로자 임금 감소 등 각론에 대한 합의는 구체적이지 않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민노총의 반발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표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브리핑실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합의문을 발표하고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6개월 연장 노사 한 발씩 양보

탄력근로제 확대의 최대 쟁점은 임금 보전 여부와 방법이었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기간이 길어질수록 근로자의 임금(초과근로 수당) 감소가 크기 때문에 기업에서 임금 보전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사업장별로 여건이 다르고 임금 보전 요구는 기업 부담을 덜어주려는 탄력근로제 확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날 합의안에 따르면 노사는 탄력근로시간이 6개월로 늘어날 경우 사업주가 이를 악용해 임금을 적게 주는 경우를 막기 위해 사업주가 수당이나 할증(割增)을 통해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토록 했다. 만약 신고하지 않으면 일정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노사는 또 탄력근로제 확대로 특정일에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과로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근무일과 다음 근무일 사이에 최소한 11시간 연속으로 쉬도록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경영계가 탄력근로제 도입이 까다롭다며 수정을 요구했던 사안은 노동계가 일부 받아들였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업장이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사전에 개별 근로자가 단위 기간 내에 '며칟날에 몇 시간 일할지'를 '일(日)별'로 근로시간을 정하게 돼 있다. 이번 합의에서 노사는 탄력적 근로시간이 3개월을 넘을 경우 '일(日)별'로 정하는 근로시간을 '주(週)'별로 근로시간을 정해 사업주들의 부담을 다소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밖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연장하려면 반드시 노사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민노총은 반발…갈등 불씨 남아

이날 합의 직후 이재갑 고용부장관 등 노사정의 수장은 모두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번 계기로 대한민국이 서로 상생하는 길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손경식 경총회장도 "오늘 이 타협이 성립됐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내고 "임금 보전은 불분명하며, 주도권은 사용자에게 넘겨버린 개악(改惡)"이라며 "3월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계도 기간을 국회가 탄력근로제 관련 법안을 마칠 것으로 예상한 오는 3월 31일까지 유예했다. 경사노위는 이날 합의문에 "합의된 사항은 주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