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 대사에 대한 인선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노영민 비서실장 취임으로 공석(空席)인 주중(駐中) 대사 후임 인선뿐 아니라 이수훈 주일(駐日) 대사도 교체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윤근 주(駐)러시아 대사 교체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있을 재외공관장 인사 때 미국을 제외한 중·일·러 등 3강 대사들이 모두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 친문(親文) 인사 중심으로 짜였던 1기 4강 외교 라인이 전면적으로 바뀌게 된다. 그동안 정부 안팎에선 "4강 외교 성과가 보이질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신남방 정책' 강화를 위해 주(駐)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대표부를 미국 뉴욕의 유엔(UN) 대표부 수준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아세안 대표부 대사는 임성남 전 외교부 1차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주(駐)인도네시아 대사관에 있는 아세안 대표부 사무실을 별도로 마련하고 인력도 대폭 보강할 방침이다. 아세안이 4강 외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격상되는 것이다.
다만 조윤제 주미(駐美) 대사는 유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주중 대사에는 남관표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유력한 가운데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주일 대사에는 조세영 국립외교원장과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조세영 원장은 외교부의 대표적 '일본통'이고, 김현철 전 보좌관도 일본 경제 전문가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이르면 이달 말로 예정된 주요국 대사 교체와 함께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외교를 강화해 우리 외교의 틀을 바꾼다는 구상이다. 외교부에 중국을 담당하는 국(局)을 별도로 만들고, 아세안 전담국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일·러 4강 중심의 외교에 아세안을 추가하고 중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를 담당하는 동북아시아국과 남아시아태평양국을 중국국·아시아태평양국·아세안국 등 3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동북아국은 중국과 일본·몽골·대만 등을 담당하고 있지만, 중국을 일본과 분리해 별도 국으로 확대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정 국가 이름을 국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어 국의 명칭은 '동북아국'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외교의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원과 조직이 부족했기 때문에 중국국 신설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편 일본 업무는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국가 업무와 통합해 아시아태평양국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외교부 기구가 조정될 경우 미국과 일본을 안보와 경제의 축으로 해왔던 외교에도 상당한 변화가 올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외교 역량 강화라는 명분 속에 대일(對日) 외교가 약화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악화되고 있는 대일 외교가 더 나빠지면서 한·미·일 안보 축에도 악영향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달 말로 예상되는 주중·주일 대사 교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중 대사에는 현 정부 들어 사드와 남북문제를 중국과 직접 협의해온 남관표 현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유력한 가운데 김현종 통상본부장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남관표 2차장은 사드 처리 과정에서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 중국 인맥을 쌓아 왔고, 김현종 본부장은 중국과의 통상 마찰에 전문성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두 인사 모두 전형적인 중국 전문가는 아니다.
이수훈 주일 대사 교체는 대일 외교 악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사는 일본과의 위안부, 징용 판결 등 갈등 속에서 전문성 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조세영 국립외교원장과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일본 전문가라는 점에서 일본에서도 호의적 평가를 받을 인물들로 꼽힌다. 그러나 대일 외교 소식통은 "현재의 한·일 관계는 주일 대사 교체 정도가 아니라 한·일 양 정상 간 외교로 우선 숨통을 터야 한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외교 전문가가 아닌 친문(親文) 정치권 인사를 4강 대사로 보낸 것이 결국 외교적 실패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신남방 정책'의 일환으로 아세안 외교를 강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주인도네시아 대사관에 세들어 있던 5명 규모의 아세안 대표부가 별도 사무실을 차리고, 인원도 수십명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로 주영 대사와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임성남 전 차관이 검토되는 것도 아세안 외교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대(對)아세안 외교를 4강 외교 수준으로 격상할 것을 공언해 왔다. 하반기에는 한국에서 아세안 정상들을 초청하는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도 열릴 예정이다. 또 1,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에서 개최되는 등 경제·안보 측면에서 아세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세안은 1년에 별도 회의만 1000회 넘게 열린다"며 "아세안에 물량 공세를 펴는 일본과 중국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윤근 주러 대사에 대해선 일단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정치적 문제로 교체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대가 함께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우 대사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