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스마일(No smile)."

18일 프로축구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조제 모라이스(54·포르투갈) 신임 감독은 올 시즌 목표로 삼은 3개의 우승 트로피 앞에서 웃지 않았다. 사진 촬영을 위해 환한 표정을 지어달라고 했지만 모라이스 감독은 "여기선 웃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엄지와 검지로 '소심한 하트'를 그려달라는 요청에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응하던 그가 FA(축구협회)컵,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K리그 우승 트로피가 한곳에 모인 장소에선 태도가 백팔십도 변한 것이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조제 모라이스 신임 감독이 18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클럽하우스에서 K리그 우승 트로피를 잡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모라이스 감독은 "전에서 최초로 '트레블(3개 대회 동시석권)'을 이뤄 새 역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구단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트레블(treble·3개 대회 동시 석권)'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그 앞에서 웃을 수 없죠."

그는 최근 10년간 전북이 가장 많이 들어 올린 K리그 트로피 한 개만 놓자 그제야 마지못해 미소 지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으로 꼽히는 조제 모리뉴(56)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지냈다. 모리뉴 감독이 "훈련은 모라이스에게 일임한다"고 했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모라이스 감독은 2003년 FC포르투에서 코치로 모리뉴 감독을 보좌하기 시작해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첼시 등 명문팀을 함께 거치며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0년 인터밀란에서 달성한 '퀸터플(quintuple·5개 대회 동시 석권)'이 대표적인 업적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인터밀란 시절 퀸터플보다 전북에서의 트레블이 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목표를 높게 잡고 집요하게 몰두하는 게 모리뉴와 나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작년 12월 전북에 부임한 모라이스 감독은 현재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지낸다. 그의 통역 담당직원 김민수씨는 "여가시간에도 축구 경기를 시청하고, 식사 자리에서도 축구 얘기만 할 정도라서 가끔 '수도승'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코치진과 회식할 때 한국 전통음식 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찌개, 젓갈 등 상 위에 나온 음식은 모두 한 번씩 다 맛을 본다는 모라이스 감독은 "전체적으로 매운 한국 음식에 적응하는 중"이라고 했다.

부임 전부터 전북 경기 영상을 50회 이상 본 모라이스 감독은 선수들 얼굴과 이름을 전부 외우고 있었다. 그는 "이동국을 보고 있으면 포지션은 다르지만 인테르밀란 시절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끌던 백전노장 수비수 자비에르 자네티가 많이 생각난다"며 "팀에 헌신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선수는 경기력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선수 100명이 있으면 100명 다 성격이 다르다"며 유럽 명문 클럽에서 익힌 선수 조련법을 전북에서도 활용하겠다고 했다.

"첼시의 에덴 아자르는 완전 아기 같은 성격이에요. 늘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대해줘야 하죠. 레알 마드리드의 마르셀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난치길 좋아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진지한 면이 있어서 목적 의식을 가지고 대화해야 합니다."

모리뉴와 일했던 사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시절 조제 모리뉴(오른쪽)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모라이스 당시 코치.

'훈련장을 집처럼' 만들고 싶다는 모라이스 감독이지만 때론 엄격한 모습도 보인다. 그는 작년 12월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우승 축하연에서 일부 선수가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정장 복장을 하기로) 한번 다같이 합의했으면 그대로 해야 한다. 앞으로 이런 건 못 본다"고 강하게 말하기도 했다.

모라이스는 현재 '전술 주기화' 훈련법을 전북에 이식 중이다. 과거 체력·전술·기술 훈련을 따로 하던 것과는 달리, 세 가지 훈련을 그라운드에서 실제 경기처럼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월요일엔 회복 훈련, 화요일엔 수비와 압박 훈련, 수요일엔 탈압박과 공격 훈련 등을 요일별로 반복하면서 통상 일주일마다 열리는 리그 경기에 신체 리듬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모리뉴 감독은 물론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등 포르투갈 출신 지도자들이 널리 퍼뜨렸다. 모라이스 감독은 "새 훈련법을 적용한 것이지 팀 컬러를 바꾸진 않았다"며 "최강희 감독이 내세웠던 스피드와 '닥공(닥치고 공격)'의 강점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