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18일(현지시간) 8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8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영국 건축 디자인잡지 디진 등 외신에 따르면 멘디니는 18일(현지시간) 오전 숨을 거뒀다.

멘디니는 1931년 밀라노에서 태어나 폴리테크니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건축 사무소에서 일했고 1970년부터 1975년까지는 건축 전문 잡지 '까사벨라' 편집장을 맡았다. 1980~1985년, 2010~2011년에는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잡지 '도무스' 제작을 총괄했다. 기능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바우하우스 디자인에 반대하는 운동도 펼쳤다.

그러던 중 1889년 58세의 나이에 건축가인 동생 프란치스코와 ‘아틀리에 멘디니’를 차리고 디자인계에 뛰어들었다. 디자이너로서는 늦은 나이였지만, 예술·가구·건축·도자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을 쏟아낸 결과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탈리아가 낳은 디자인 거장’ 등으로 불리며 존경받았다.

알레시와 만든 와인 따개 ‘안나 G’(왼쪽), 바로크 양식의 의자에 색점을 찍은 ‘프루스트 의자’.

멘디니는 보기만 해도 즐겁고 행복해지는 디자인, 동화처럼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디자인으로 명성을 떨쳤다. 양팔을 기지개 켜듯 들어올리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와인 따개 ‘안나 G’, 손자를 위해 해와 달을 본 떠 만든 스탠드 ‘아물레또’, 바로크식 의자에 색점을 찍어 만든 ‘프루스트 의자’ 등이 대표적. 이 밖에도 네덜란드 그로닝겐 미술관, 일본 히로시마 파라다이스 타워 등 세계 유명 랜드마크를 디자인했으며, 카르티에, 에르메스, 스와로브스키, 스와치 등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했다.

멘디니는 한국과도 인연이 많았다. 한샘, 삼성전자, LG, 한국도자기, 한스킨, SPC 등과 협업했으며, 2015년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대형 회고전을 열었다. 인천 영종도에 있는 파라다이스 시티에는 가로 4.5m 세로 4.5m의 초대형 프루스트 의자가 있다.

생전에 그는 자신의 역작으로 네덜란드 그로닝거 미술관, 프로스트 의자, 안나G를 꼽았다. 디자이너란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계를 위해 형태를 부여하는 사람"이라 정의한 그는 2015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디어라는 건 전등처럼 스위치를 켜면 반짝하고 들어오는 게 아니다. 나는 항상 요즘 트렌드는 뭔지, 사람들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지를 듣고 보고 연구하면서 업데이트한다.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라서 어느 순간이 되면 다시 아이와 같아지는 것 같다. 항상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걸 찾으려고 노력한다"며 디자인 철학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