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18일 대구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로 정상 진행이 어려웠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당 지도부, 상대 후보자들이 단상에 오르자 욕설과 야유를 보냈지만 통제가 잘 되지 않았다.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 황교안·오세훈·김진태(기호순) 등 당대표 후보 가운데 김 후보가 먼저 단상에 올랐다. 김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님과 함께 여러분이 이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오도록 해주셨다"며 큰절을 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지금은 난세인데, 이곳 출신 전직 대통령 두 분은 지금 그 고초를 겪고 계신다"고 한 뒤, "여러분이 보고 계신 그대로 어딜 가나 김진태를 외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당심"이라고 하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행사장 밖에는 김 후보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수퍼맨' 복장을 한 사진이 들어간 대형 풍선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대형 태극기도 여러 개 설치됐다.

연설회장 앞 대형 태극기 -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1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앞에서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이 바닥에 대형 태극기를 펼친 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한국당은 전대를 앞두고 김 후보 지지자 8000여 명이 집단적으로 입당 원서를 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실제 입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8000명이면 전체 선거인단(37만8000여명)의 2%에 불과하고 기존 강성 당원을 포함하더라도 극소수다. 하지만 맹목적이고 결집력 강한 이들은 연설회마다 몰려다니며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도 2000여 명이 몰려든 것으로 추산됐다. 선거인단의 27%(10만2000여명)가 몰린 TK 지역 합동연설회 분위기마저 '태극기 부대'에 의해 좌지우지되자 한국당 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김 후보의 지지자들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사하려 단상에 오르자 "내려와" "빨갱이"라며 야유를 쏟아냈다. 최근 '5·18 망언'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당 윤리위에 회부한 김 위원장을 향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객석을 향해 "조용히 해주십시오!"라고 외친 뒤 "여러분이 무엇을 얘기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고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표정은 굳어졌고 마이크를 손에 쥔 채 연설을 잠시 중단했다.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가 등장하자 또다시 야유와 욕설이 나왔다. 조 후보는 지난 14일 대전 합동연설회 정견 발표 중 "여러분이 김진태! 김진태! 외칠 때 제가 속으로 어떤 생각 했는지 아는가? 그래 김진태 데리고 우리 당을 나가 달라. 우리가 무슨 대한애국당인가?"라고 말해 김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비난받았다.

오세훈 후보 연설은 야유에 묻혀버렸다. 특히 오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가 오늘, 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하는 대목에서 거친 욕설이 쏟아졌다. 오 후보가 "내년 총선, 반드시 이겨야 저들을 심판하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다. 총선 이길 사람이 누굽니까"라고 하자, 김 후보 지지자들은 "김진태, 김진태"를 연호했다. 오 후보는 연설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정통 보수와 개혁 보수가 균형을 이룰 때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황교안 후보는 마지막 차례로 연설했다. 황 후보는 문재인 정부 경제 비판에 집중했다. 황 후보가 "불쌍한 우리 국민 문 닫고 망하고 쫓겨나고 죄다 죽을 지경 아니냐"며 "(문재인 대통령은) 한마디로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고 했다. 황 후보는 TK 핵심 당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TK 토론회를 앞두고 경북도당·대구시당은 이들에게 '빨간색 비표'를 미리 배부했고 이에 따라 무대 앞쪽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들은 황 후보가 단상에 오르자 일제히 "황교안"을 외쳤다. 그러나 김 후보 지지자들의 야유도 함께 나왔다. 황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부 지지자의 욕설 논란에 대해 "아주 극단적으로 도를 벗어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청의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