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6년 6월 발표된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 결과를 뒤집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한다고 해도 경제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가장 효과적 방안으로 선정된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안)' 건설안조차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B/C(비용 대비 효용)가 0.94로 나타났다. 100원을 투자하면 94원의 효과를 본다는 의미다. 반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은 2009년 국토연구원 조사에서 B/C가 0.7로 '경제성이 없다'고 판정이 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B/C 1이 넘어야 경제성 있는 사업으로 판단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김해신공항 건설이 최적의 안이다.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1등 김해신공항 건설안도 예타에선 '경제성 부족'

1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6년 6월 발표된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에서 김해신공항 건설안은 1000점 만점에 818점을 받았다. 반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은 활주로를 1개 만들 때나(635점) 2개를 만들 때(581점) 모두 김해신공항보다 점수가 낮았다. 세부 평가 항목 중 사업비(150점 만점) 항목에서 김해신공항 건설안이 150점으로 가장 높았고, 가덕도 신공항은 79점(활주로 1개)·42점(활주로 2개)에 그쳤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김해신공항 건설안도 입지 선정 이후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B/C가 0.94에 그쳤다. 가덕도 신공항은 0.7로 이보다 '경제성'이 더 낮았다. 국토부 실무진은 "가덕도 신공항은 경제성 없는 사업으로 이미 판정이 났다"고 했다.

2016년 당시 신공항 입지 선정은 ADPi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서 맡았다.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 기관에게 국내 공항 입지 선정의 '심판'을 맡긴 셈이다. 당시 ADPi 관계자는 최종 보고서에서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고 위험성도 크다"며 "다른 마땅한 입지가 없을 때나 선택할 지역"이라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 13조~14조원 들 수도

2016년 용역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7조4734억원(활주로 1개) 혹은 10조2014억원(활주로 2개)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덕도 신공항이 실제 추진된다면 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항공 전문가는 "입지 선정 용역을 할 때는 공항을 오가는 도로·철도 건설에 필요한 비용 등을 정교하게 계산하지 않기 때문에, 이후 추진 과정에서 사업비가 더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김해신공항 건설안도 입지 선정 용역 당시에는 사업비가 4조1657억원으로 추산됐으나, 이후 5조960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3월 국토해양부(현재 국토교통부)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면서 "2017년 이후 실제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 13조~14조원으로 불어나며, 무안·양양공항을 30~40개나 지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된다. 2011년 정부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으려면 산봉우리를 자르고 해저에서 모래를 준설해 총 1억2200만㎥의 흙(24t 덤프 870만대 분량)으로 평균 수심 19m의 바다를 매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2016년 ADPi도 "산봉우리를 자르고 바다를 매립하다 보면 가덕도 지역 자연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덕도 공항이 영남 끝에 있어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공항을 짓기엔 남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는 것도 ADPi가 문제 삼았던 부분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작년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에 대해 "현재로선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토부 실무진은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 합의로 구성된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이 김해신공항 건설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이를 분석해 다시 해당 지자체를 설득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