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여러분 같은 처지니 충분히 공감합니다…. 제도와 법규가 있기 때문에 공무원 입장도 헤아려 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14일 오전 서울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 정책 간담회, 시 정책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면서 과열되려던 분위기가 김소영(48) 의원의 말에 차분해졌다.

전동휠체어에 앉은 중증 장애인 20여 명이 모인 이 자리는 김 의원이 동료 의원과 준비한 첫 간담회였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의회에 들어온 김 의원 역시 전동휠체어를 타는 1급 장애인이다. 간담회가 끝난 뒤 만난 김 의원은 "1학기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 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집무실에서 전동휠체어에 앉은 김소영 시의원은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게 내 직무"라고 했다.

김 의원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개막을 20일 앞두고 이단평행봉 연습 중 목뼈가 부러졌다. 사고 직전까지 열다섯 금메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중증 장애인이 되면서 '비운의 체조요정'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후 미국 유학을 거쳐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척수재활센터장으로 일하다 2014년 비례직 배지를 물려받았다. 지난해 시의회 110석 중 유일한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이 됐다. 혼자이다 보니 의회 내 '원내대표' 역까지 하고 있다.

그는 요즘 시의회에서 '희망의 의정(議政) 요정'으로 통한다. "주위에 일부러 안 알렸어요. 우리 당에 저 혼자라니 당선됐어도 기쁘기보단 당황스러웠죠. 그래도 마음을 다잡았어요.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제 직무니까요."

의회사무국도 비상이 걸렸다. 그처럼 중증 장애를 가진 의원이 들어온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참 의원들이 주로 앉던 의사당 맨 뒷자리에 휠체어로 드나들 수 있는 김소영 의원석이 마련됐다. 의회 전문위원들이 적극 건의해 휠체어에 앉아서도 탑승할 수 있는 시의회 버스를 새로 들이기로 했다. 김 의원은 "4년 뒤 퇴직하면 매우 불편해지겠다는 생각이 벌써 들 정도로 많이 배려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그의 의정 활동 키워드는 '교통 편의성 향상'과 '활동 보조 인력 확충'이다. "시청 직원이든 시의원이든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제가 임기 내 할 일인 것 같다"고 했다. 또 "국가가 인건비를 지급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 상태와 무관하게 같은 금액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보조원들이 상대적으로 일이 힘든 중증장애인들을 꺼린다"며 "제도 사이에 숨어 있는 불합리한 문제점도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입법가로서의 포부도 다지고 있다. 비장애인 초·중·고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들을 위해 특수 체육 교사들을 의무적으로 파견하는 조례를 구상하고 있고, 수차례 입법 시도됐다가 실패한 체육인복지법이 통과되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2015년 체육 유공자로 선정돼 연금 혜택을 받게 된 그는 "부상과 낙오 등으로 힘들어하는 체육인들을 볼 때마다 제 과거가 떠올라 맘이 아프다"고 했다.

인터뷰 중 그가 휴대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여줬다. 장애를 입은 지 딱 30년이던 2016년 오랫동안 응원해준 벗들과 함께 모인 '30주년 파티' 장면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김종하 전(前) 대한체육회장,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 역도스타 장미란, 고인이 된 태릉선수촌 치료사 등의 얼굴이 보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제가 받아온 걸 함께 나눠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