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13일 체포됐다고 필리핀 온라인 뉴스사이트 ‘래플러’가 보도했다.

레사는 이날 오후 5시쯤 민간인 복장을 한 필리핀 국가수사국 요원들에 의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체포됐다. 래플러 기자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레사가 체포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국가수사국 요원들의 제지로 영상 촬영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온라인 뉴스사이트 ‘래플러’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리아 레사는 2019년 2월 13일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필리핀 국가수사국에 체포됐다.

앞서 마닐라 지방 법원의 레이넬다 에스타시오 몬테사 재판장은 지난 12일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레사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필리핀 법무부는 2012년 5월 레사가 낸 기사에 대해 이같은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사에서 레사는 사업가 윌프레도 켕이 2012년 부패혐의로 탄핵을 당한 레나토 코로나 전 필리핀 대법원장에게 차량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켕은 이런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미국 CNN은 레사의 기사가 필리핀에서 사이버범죄방지법이 통과되기 전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필리핀 법무부는 해당 기사와 같은 내용을 다룬 2014년 2월 기사가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필리핀에서 사이버 명예훼손의 법정 최고형은 12년이다.

레사는 래플러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로, 마약과의 전쟁으로 수많은 민간인을 숨지게 하고 인권을 침해한 두테르테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두테르테 정부는 레사를 탈세 혐의로 체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에 필리핀 내에서는 이번 체포에 대해 "두테르테 정부가 레사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레사는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8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