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 끝이 다가오는 걸까. 미·중 양국이 각각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하자 무역 협상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역 전쟁 90일 휴전’ 마감 시한이 15일 정도 남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협상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 무역 협상단 핵심 인사를 만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 진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미·중 무역협상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미·중)는 진짜 합의라고 생각하는 곳에 가까이 있고 그것(협상 시한)을 잠시 흘러가게 내버려 둘 수도 있다"고 답했다. 당장 협상 기한이 끝나는 3월 1일 이후, 다음 날인 2일부터 예고된 추가 대중(對中) ‘관세 폭탄’이 잠시 미뤄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서 미국은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약 225조원)어치에 매긴 10% 관세를 3월 2일부터 25%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약 56조1400억원)어치에 25% 관세를, 2000억달러어치에는 10% 관세를 매겼다. 아직 2670억달러(약 300조원)어치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중국에 부과된 관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합의가 이뤄지길 몹시 원한다. 잘 진행되고 있다. 좋아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중국 편의 봐준다는 트럼프, 협상 기한 연장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31일 미 워싱턴에서 진행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끝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합의한 90일 휴전 협상 기한을 연장할 뜻을 내비쳤다. 미 CNBC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 9일에도 무역협상을 3월 1일 이후까지 계속할 수 있음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각료회의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해 중국의 편의를 봐줄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그러나 휴전 기한이 연장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날 각료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일반적으로 그렇게(관세를 부과하는 일을 미루는 것) 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진 않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의 '90일 무역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3월 1일을 다소 연장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또 그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가리켜 "어느 쪽이든 행복하다"고 했다. 미국은 25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관세를 받으면 계속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어 "나는 매달 중국으로부터 수십억달러를 받을 수 있다. 중국은 (과거에) 우리에게 10센트도 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미국에 물건을 팔기 위해 매달 수십억달러를 미국에 주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중국 경제 약세가 미국에 강점이 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모으고 있지만 그 돈은 중국 것이 아니라 수입된 상품을 사는 기업과 고객에게서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 미·중 고위급 회담에 시진핑 방문 예정…트럼프-시진핑 회동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 장관은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고위급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양국은 원칙적인 수준의 합의안 초안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미국과 중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에 앞서 이견을 좁히길 원하고 있다. 이번 고위급 협상에서 무역협상 초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더라도 초안 마련을 위해 협상 시한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WSJ는 지난 8일 "협상 기한이 다가왔지만 무역협상 초안조차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내가 매우 존경하고 좋아하는 시 주석을 만나길 고대한다. (협상단이) 못한 합의도 됐으면 한다"고 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오른쪽 앞에서 세 번째)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주축으로 한 미국 측 고위관리와 류허(왼쪽 앞에서 세 번째)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2019년 1월 30일 백악관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협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이 고위급 회담에 참여하는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 미 무역 협상단 핵심 인사들과 만난다면 미·중 무역 협상이 급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 시 주석이 이달 15일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 미 무역 협상단 핵심 인사들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SCMP는 "시 주석이 미 고위급 협상단을 직접 만나는 건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와 호의를 보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음 달 중 비공식적으로 만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 참모진이 다음 달 미·중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했다. 회담은 이르면 3월 중순쯤 열릴 수 있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SCMP도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시 주석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백악관의 건의에 따라 중국이 다음 달 양국 정상 무역회담을 중국 하이난에서 열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회담 장소를 두고 하이난섬과 미 플로리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