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이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에 배당됐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사건도 같은 재판부에 배당됐다.

이 재판부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처리를 염두에 두고 법원이 지난해 11월 신설한 형사합의 재판부 3곳 중 하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는 법관으로 형사 34·35·36부를 새로 만들었다. 앞서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도 형사36부에 배당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원 관계자는 "형사합의부 재판장들과 협의를 거쳐 양 전 대법원장과의 연고(緣故) 관계, 업무량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한 후 나머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 배당을 한 결과"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엔 신설한 재판부를 포함해 총 16개 형사합의 재판부가 있다. 그중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재판장이 있는 재판부를 배제한 뒤 나머지를 대상으로 전산 배당을 했다는 것이다. 신설한 3개 재판부만을 대상으로 배당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할 형사35부 재판장인 박남천(52)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6기로 양 전 대법원장의 24년 후배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법원행정처·대법원 근무 경력 없이 23년째 재판 업무를 해왔다. 2016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로 있을 때 60대 여성 등산객을 살해한 '김학봉 사건'에서 그의 심신 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17년 8월엔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판결을 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는 대법원이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 취지 판결을 하기 전이었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 구속 기소와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을 통해 "전직 대법원장 등이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심려가 크실 것이라 생각한다. 사법부를 대표해 다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검찰 수사 결과를 확인한 뒤 추가적인 징계 청구와 재판 업무 배제 범위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6월 13명의 법관을 징계 청구한 데 이어 추가로 징계 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24일 오전에도 출근길에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사과했다. 이날 새벽 영장이 발부된 지 약 7시간 만이었다. 반면 여당이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를 "적폐 판사"라고 공격할 때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비판이 거세지자 판결 이틀 뒤인 지난 1일 "법관 공격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