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에 해마다 약 950억원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날 한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9481만달러(한화 953억원)의 양허정지를 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양허정지란 낮추거나 없앤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것으로, WTO는 수입국이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수출국이 피해를 본만큼 수입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28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세탁기 반덤핑 분쟁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한 미국이 판정을 이행하지 않자 지난해 1월 미국을 상대로 연간 7억1100만달러(약 7990억원)의 양허정지를 WTO에 요청한 바 있다.

이날 WTO가 판정한 금액은 당초 한국 정부가 주장한 금액의 11.9% 수준이다. 통상 신청 금액은 최대 가능한 피해액을 산정한 것으로 과거 판례를 보면 보통 신청 금액의 1∼50% 수준에서 결정된다.

앞서 미국은 2013년 2월 삼성전자, LG전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 9.29%, 13.02%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이 반덤핑 협정에서 금지한 관세부과 방식인 ‘제로잉’으로 덤핑 마진(관세율)을 부풀렸다고 보고 같은해 8월에 WTO에 제소했다. 한국은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지만, 미국은 판정 이행 기간인 2017년 12월 26일까지 관세를 철회하지 않았다.

제로잉은 덤핑 마진을 계산할 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는 그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지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은 경우 마이너스로 하지 않고 ‘0’으로 계산해 덤핑 마진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다.

다만 정부가 현재 상황에서 자칫 미국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로 관세를 부과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