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페커

아마존 창업자이자 워싱턴포스트(WP)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와 미국 최대 타블로이드 신문인 내셔널인콰이어러 회장이 크게 한판 붙었다. 내셔널인콰이어러가 지난달 베이조스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자, 베이조스는 7일(현지 시각) 내셔널인콰이어러의 모기업 데이비드 페커 회장 측이 추가 폭로를 위협하며 자신을 협박한 이메일을 공개하며 반격했다.

내셔널인콰이어러는 지난달 14일 베이조스와 캘리포니아주의 TV 방송인인 로런 산체스 사이에 오간 외설적인 문자를 공개하며 각기 가정이 있는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특종 보도했다.

베이조스는 이날 한 블로그 사이트에 올린 '페커씨, 거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모기업인 아메리칸미디어(AMI) 측의 협박이 담긴 이메일 여러 통을 공개했다.

베이조스는 이 글에서 "문자 누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고 '인콰이어러 보도에 정치적 동기나 정치 세력의 영향이 있다고 할 어떤 근거도 없다고 발표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이 조건이 수락되지 않으면 나의 '허리 아래' 셀카 사진 등을 공개할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AMI 측 이메일에는 취재 과정에서 입수했다는 사진 10장을 자세히 묘사하며 "상식이 곧 승리하길 원한다"고 적었다. 베이조스는 "사진 공개를 원치 않지만, 압력과 협박에 굴복하느니 개인적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그들이 보낸 이메일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페커 회장은 2016년 미 대선 기간 중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로부터 그와 트럼프 간 혼외정사 사실을 15만달러에 독점 구입하고는 이를 기사화하지 않을 정도로, 트럼프의 오랜 측근이다. 그의 매체인 인콰이어러는 대선 내내 트럼프의 장점을 과장하고 상대 후보를 헐뜯는 보도를 일삼았다. 반면 2013년 베이조스가 사들인 워싱턴포스트는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성향 매체다. 트럼프는 이런 워싱턴포스트에 대해 '아마존 로비용 신문', 베이조스에 대해선 '제프 보조(Bozo·멍청이라는 뜻)'라며 트위터에서 수시로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와 페커 회장의 이런 특수 관계 때문에 일각에선 인콰이어러의 베이조스 불륜 보도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두 사람 간에 주고받은 외설적인 문자 메시지를 어떻게 입수할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다.

베이조스는 이날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한 이래 이 신문의 보도 대상이 된 많은 이가 '내가 그들의 적(敵)'이라고 잘못된 결론을 내린다"며 "트럼프도 그들 중 한 명"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