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털이 이렇게 많은 때가 없었다."

요즘 교정 당국에선 수감된 '범털'이 역대 최다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범털'은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은 거물급 죄수를 말하는 은어(隱語)다. 반대로 돈도 '백'(배경)도 없는 죄수는 '개털'이라 한다.

'범털이 천지'라는 말은 헛말이 아니다. 현 정권 출범 전후 검찰 '적폐' 수사의 칼날을 맞은 두 전직 대통령과 전 대법원장까지 구치소 신세를 지고 있다. 전 대통령비서실장·경제부총리도 있다.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던 전·현직 도지사들도 대선 여론 조작과 여비서 성폭행 혐의로 최근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갇혀 있다. 이들이 머무는 구치소에도 어김없이 설 연휴(2~6일)가 찾아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경수 경남지사는 설 아침으로 떡국을 든다. 이들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아침 음식은 떡국과 김치 등이다. 이후 만두 6개와 우유(200㎖)가 설 특식으로 제공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오징어뭇국과 두부조림으로 설 아침을 시작한다. 이들이 있는 서울동부구치소는 점심 때 떡국을 내놓는다. 특식으로 미숫가루처럼 물에 타 먹는 곡물 분말(40g)이 나온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설 점심으로 떡국을 먹은 뒤 한과 한 봉지(6개)를 특식으로 받는다.

연휴 기간 이들이 머무는 구치소는 휴일과 같은 일과로 돌아간다. 꼭 필요한 작업만 한 뒤 나머지 시간은 방에서 자유롭게 보낸다. 1시간 정도 운동 시간도 주어진다. 법무부 관계자는 "몇몇 (범털) 재소자는 1시간 운동 시간을 적극 이용한다"고 말했다.

반면 접견은 평일보다 줄어든다. 법무부는 이번 설 연휴 기간에 접견할 수 있는 날을 연휴 첫날인 2일 딱 하루로 제한했다. '범털'들에게도 '외로운 설'인 셈이다. 접견 시간은 10~15분이다.

이 중 일부는 2일 가족 등을 접견했다고 한다.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의 68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그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옥중(獄中) 생일'을 맞았다.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 앞에는 '박근혜 석방운동본부' 등 보수 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생일 축하 집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