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이 많이 보는 유튜브 콘텐츠 속 '가짜뉴스' 바로잡으려 시작
보수(保守) 표방하지만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도 많이 다뤄

"‘하태경TV’를 이틀에 한번씩은 챙겨봐요. 다른 보수 정치인들 유튜브엔 댓글에 욕이 엄청나게 달려 있는데, 하태경TV 댓글엔 ‘이런 사람이 진정한 보수’라는 댓글이 많아요. 방송 내용도 참신하고요."

지난달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고등학교 2학년 노희원(18)군은 "제 꿈은 국회의원이 되는 거예요. 아직 투표권은 없지만, 정치 성향은 바른미래당을 지지하구요"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군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주최한 ‘워마드를 해부한다’ 토론회를 찾았다. 이 토론회가 열린다는 정보도 하 의원의 유튜브 채널 ‘하태경TV’와 페이스북을 통해 알았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유튜브 채널 ‘하태경TV’에 올릴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이 영상은 ‘대통령의 뒷거래 - 박근혜는 무엇 때문에 유죄인가? 1편’이라는 제목으로 1일 게시됐다.

하태경TV 구독자는 1일 현재 1만5000여명이다. 구독자가 다른 의원 유튜브 채널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보수 성향 정치인의 유튜브 채널 가운데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보수 유튜버의 주장을 팩트체크하는 것’이다.

그는 원래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이지만 1990년대 북한 인권 운동가로 전향했다. 이후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후보로 부산 해운대기장을에서 당선돼 정치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했고, 바른정당을 거쳐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다. 그래서 친박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배신자’란 소리도 들었다.

그래서일까. 하태경TV에서 가장 조회수가 많은 콘텐츠는 ‘(경고) 친박(親朴)은 이 영상 절대 보지 마세요 "박근혜 탄핵 친박7웅,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영상(1일 현재 조회수 4만7000여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잘못됐다’라고 주장하는 보수단체가 자신을 포함해 자유한국당 김무성·정진석·김성태·권성동 의원과 바른미래당 유승민·이혜훈 의원을 ‘탄핵7적’이라고 공격하는 것에 대한 반박 영상이다. 하 의원은 이 영상에서 "(친박계)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최초(2016년 11월 4일)로 박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고, 김 의원은 탄핵 절차를 밟으면 기각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런 주장 때문에 탄핵 공론화에 대한 금기가 허물어졌다"며 "비박(非朴)에만 탄핵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제일 처음 물꼬를 튼 책임은 강성 친박 김 의원에게 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고 하태경TV에 올릴 영상을 한 편 찍었다. 역시 보수단체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의 뒷거래 - 박근혜는 무엇 때문에 유죄인가? 1편’ 영상에서 하 의원은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다 보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 죄가 있었어? 무죄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유죄인지를 짚었다. 그리고 "여러분들 이 사건 다 잊어 버리셨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우리가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만 보수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하태경TV.

하 의원 유튜브 방송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많은 보수 성향 유튜버의 콘텐츠가 50대 이상의 구독자를 대상으로 제작된다면, 하 의원 콘텐츠는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을 겨냥한 것들이 많다. ‘워마드’와 관련한 영상이 대표적이다. 워마드는 ‘여자(woman)’와 ‘유목민(nomad)’을 합친 말로 극단적 남성 혐의 성향 사이트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해 5월 홍익대 남성 모델 몰래카메라 사진이 올라와 파장이 일었다.

지난해 젊은 층 사이에선 남녀 갈등이 첨예한 이슈로 떠올랐는데, 자신들을 대변해주는 정치인이 없다고 생각한 20~30대 남성들이 하 의원을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또 "문재인 정부가 여성우대정책을 펼친다"며 불만을 가진 젊은 남성도 하 의원의 유튜브 콘텐츠를 본다. 실제로 ‘워마드를 해부한다’ 토론회 영상은 2시간 5분이나 돼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네티즌들이 보지 않을 것 같았지만, 1일 현재 52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 의원은 인터뷰에서 "젊은 층들이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이 높아 긴 재생시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많이 시청한 것 같다"며 "실제 이런 콘텐츠가 도움이 된다. ‘현재 민주당 당원인데, 여성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 탈당해서 바른미래당에 가입하겠다’는 청년도 있다"고 했다.

하 의원은 얼마 전 자신의 유튜브 발언이 잘못됐다고 네티즌들에게 사과한 일이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4월부터 병사들 휴대전화 일과 후 자유롭게 사용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군대, 당나라 군대 된다. 저녁과 주말은 폰 게임으로 날밤을 샐 거다"라고 했다가 네티즌에게서 거센 항의를 받았다. 특히 유명 유튜버들이 하 의원의 발언 내용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그러자 하 의원은 이틀 뒤 사과했다. 그는 같은 달 19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특히 젊은 층들이 많이 보는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질책이 많았다. ‘하태경이는 다를 줄 알았는데 결국 꼰대였다’는 비판에 답한다"면서 "일과 후 일정시간 휴대전화 사용하는 것, 반대하지 않는다. 특히 20대를 게임중독자로 만든 건 심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이 소동 이후 하태경TV구독자수는 며칠 만에 1만명에서 1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다음은 하 의원과 일문일답.

─유튜브 방송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보수 진영 내 일부가 극단화하고 있는데, 가짜뉴스를 많이 접해서 그렇다. 그래서 보수 개혁을 위해 보수진영 내에 활개치는 가짜뉴스를 잡아보자는 취지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또 바른미래당 만의 독자적인 지지기반을 확보하자는 취지도 있다. 60대 이상은 주로 한국당을 지지하고, 40~50대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데, 20~30대를 대변하는 정당은 마땅히 없다. 그래서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유튜브에서 대변하고자 했다."

─유튜브를 개설할 때 고민했던 점은.
"타깃 구독자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제가 보수를 표방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보수층이 관심을 가지는 정보를 전달하면 많이 보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또 가짜뉴스에 많이 노출되는 집단이 이른바 '태극기부대'이기 때문에, 이들이 접하는 가짜뉴스에서 잘못된 정보를 지적해 주면 찾아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유튜브 영상을 점차 올리면서 청년층을 추가 타깃으로 정했다."

하 의원은 "보수성향 사람들이 시청하는 유튜브 콘텐츠 중에 가짜뉴스가 많다. 가짜뉴스를 담은 유튜브 영상이 카카오톡을 통해 퍼진다"고 했다.

─실제로 '박근혜 탄핵' 반대론자들이 하태경TV 영상을 찾아보나. 반응은 어떤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의 영상이 조회수가 높다. '"청와대는 주사파 정부일까요?" 전직 주사파가 알려주는 진짜 주사파를 알려주마!' 영상 조회수가 4만2000여회로 조회수가 2번째로 높고, '박근혜 탄핵 친박 7웅, 누구인가?' 영상의 조회수가 4만7000여회로 가장 높다.박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했던 그룹 안에서 탄핵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집단이 나오고 있는데, 제가 기여했다."

하태경(왼쪽) 의원이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은 하태경의원실 윤상호 비서.

─'워마드'를 다룬 영상에 20~30대 남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극렬 탄핵 반대파들은 제 유튜브를 보더라도 지지층은 안 된다. 그런데 청년들은 제 유튜브를 접하고 지지층이 된다. 실제로 저를 지지하겠다고 후원금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고, 민주당 당원인데 탈당해서 바른미래당에 가입하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바른미래당이 지지층이 약한데, 2030세대가 고정 지지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젠더 이슈를 다룬 유튜브 콘텐츠로 2030세대에 접근하는 게 승산이 있을까.
"바른미래당이 한국당과 비교해 지지율이 낮지만, 20~30대 지지율은 더 높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올해 초에 워마드를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우리 당의 이준석 최고위원도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바른미래당으로 관심이 쏠렸다. 다른 정당과 달리 '워마드는 완전히 범죄집단이고, 없애야 된다'고 명확하게 선을 긋고 본질을 정확하게 집어주니 2030세대에게 신선하게 들렸던 것 같다."

─어떤 주제의 콘텐츠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구독자도 있나.
"카카오톡을 통해 연락을 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정부가 9급 공무원 고졸 채용 비율을 2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여러 지지자가 '20대에 대한 역차별이니 막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린다."

하태경 의원이 카카오톡을 통해 지지자와 주고 받은 메시지.

─'병사 휴대전화 사용하면 당나라 군대 된다' 발언 이후 유튜브 구독자수가 크게 늘었다.
"청년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어쨌든 세대차이가 난다. 태어나자마자 휴대전화를 갖고 놀았던 세대를 제 시각에서 본 거다. '우리 세대를 대변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항의 문자도 많이 왔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비판글을 보면서 2030세대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 않았던 것 아닌가 반성을 많이 했다. 사과를 했고, 그 다음 2030세대에서 '진짜 우리 편이 됐나 보다'라는 믿음이 생긴 거 같다. 유명한 2030세대 유튜버들이 저에 대해 비판하고, 사과를 인정한다는 영상을 올린 것도 구독자가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