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북부에 북극 기류가 남하하면서 역대 최악의 한파가 들이닥쳤다.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섭씨 영하 51도까지 내려가는 등 기온이 저체온증과 동상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3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고, 5개 주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각 지역 공·사립 학교들은 임시 휴교에 들어갔고, 항공편도 줄줄이 결항됐다.

이번 한파는 미국 북동부 연안까지 확산되면서 약 2500만명이 영하 31도를 맴도는 극한의 추위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1월 29일 미네소타주에서 아침 조깅을 하고 난 한 대학생의 머리카락과 속눈썹에 얼음이 얼어 붙은 모습.

29일(현지 시각) 미국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노스다코타주(州)의 그랜드포크스 공항의 기온은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졌다. 체감온도는 영하 51도로 중북부 지역에서 가장 낮았다. 이는 맨살을 노출할 경우 5분만에 동상을 입을 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북극 주변을 강하게 맴도는 냉기류인 ‘극 소용돌이(polar vortex)’가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냉기류는 보통 제트기류에 갇혀 북극에만 머무른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등의 이유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반구 중위도까지 남하해 극강 한파를 일으킨다.

2019년 1월 29일 시카고 미시간 호수가 얼어붙은 모습.

국립기상청은 앞으로 3일간 미국 중북부와 동북부 연안에서 기온이 영하 28~40도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보했다. 체감온도는 영하 50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북부에 위치한 미네소타주의 체감온도는 1982년 기록을 깨고 영하 56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보됐다.

국립기상청 소속 기상학자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강력한 한파"라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2019년 1월 29일 트럭 2대가 노스다코타주에서 눈보라를 뚫고 달리는 모습.

기온이 갑작스럽게 떨어지면서 사망자도 속출했다. 이날 밀워키주 55세 남성이 눈을 치우던 중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추위 속에서 사망했다. 2명의 남성도 바깥에서 추위에 떨다가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리노이, 위스콘신, 미시간 등 중북부 주정부 3곳과 앨라배마, 미시시피 등 남부 주정부 2곳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휴교령이 내려졌고 법원을 포함한 관공서와 상점은 문을 닫았다. 또 시카고공항을 포함해 중북부 지역을 오가는 2000편이 넘는 항공편이 결항됐다.

2019년 1월 29일 미시간주에서 한 남성이 눈길을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