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우리는 '안녕(安寧)'이라고 말한다. 눈 맞출 때도 눈 돌릴 때도, 상대가 무탈하고 편안하길 바라서다. 30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의 3편(감독 딘 데블로이스)은 9년 전 개봉했던 1편과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지는 속편인 동시에, 우리가 만나고 헤어질 때 왜 똑같은 발음으로 인사를 건네는지 가슴 깊이 새기게 한다. '쿵푸팬더' '슈렉'을 만든 영화 제작사 드림웍스가 내놓은 또 다른 대표 시리즈물. 어린이와 가족을 겨냥해 만들었지만 보수적이고 안전한 세계관에 안착하는 결말을 거부하고, 혼돈과 모험 끝에 찾아온 진정한 성숙과 무르익은 결별을 그렸다.

바이킹의 지도자가 된 히컵(맨 위)은 두 마리 용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세상을 찾고 싶어한다.

작고 허약한 바이킹 소년 히컵이 날개를 다쳐 제대로 날지 못하는 용 '투슬리스'와 처음 만났던 것이 이야기의 시작. 투슬리스가 새하얀 용 '라이트 퓨어리'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차디찬 첨단의 기술이 때론 시(詩)를 빚는다. 빛의 흐름과 속도까지 추적해 명암을 완성한 '문레이(Moonray)' 기법, 물방울 크기와 질감까지 계산해 입자를 채워 넣는 드림웍스만의 시각 효과가 화면 위 모든 것에 호흡을 불어넣는다. 투슬리스의 도톰한 피부와 젖은 땀구멍, 닿으면 폭신하게 녹아내릴 듯한 구름, 바람에 이지러지는 풀과 솟구치는 바닷물까지…. '드래곤 길들이기3'는 전작이 보여줬던 감탄과 기대를 뛰어넘는다.

2010년 개봉한 1편의 4DX 버전은 영화기술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간 작품. 하늘을 나는 용의 날개가 가볍게 호수를 스칠 때 객석으로 물이 탁 튀기던 그 기막힌 찰나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번에도 4DX나 아이맥스 버전을 택하길 권한다. 투슬리스와 라이트 퓨어리가 구름을 가르며 둘만의 짜릿한 비행을 즐기는 장면이 그중 백미(白眉)다. 두 생물체가 아득한 창공에서 눈을 맞추며 미끄러질 때, 보는 이의 마음에도 와락 보드라운 바람이 인다.

제목을 뒤집는 주제 의식도 놀랍다.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머리를 쓰다듬듯 히컵은 투슬리스의 얼굴에 가만히 손을 갖다 대지만, 이 접촉은 훈련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히컵과 투슬리스는 서로를 얽매거나 애써 소유하려 않는다. 히컵은 장애를 지닌 투슬리스가 창공을 날아오르는 순간에 비로소 밝은 얼굴로 "안녕"이라고 말한다. 그런 히컵의 어깨를 감싸는 건 히컵보다 담대하고 용감한 여성 아스트리드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생태계 중심적인 사고로 건너가는 치환의 과정을 '드래곤 길들이기3'는 참으로 간결하게 그려낸다. 성평등주의나 환경보호 같은 거창한 수식어가 무색하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그가 꽃이 되는 기적을 체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이 98분짜리 애니메이션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