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보좌관은 출근하자마자 사의를 표했고, 문 대통령이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 보좌관이 사의를 표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겉모습을 띠고 있지만 문책 인사로 보인다.

김 보좌관은 그제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50·60대는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 인도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 조선'이라고 하지 말라. 여기(아세안) 보면 '해피 조선'"이라고도 했다. 정부 정책 실패로 일자리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책 책임자가 엉뚱하게 '국민 잘못'이라고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김 보좌관 발언 하루 만에 사표가 수리된 것을 보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도 그의 발언이 국민에게 상처를 준 심각한 발언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현 정권의 특징은 잘못된 일이 드러나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개를 들고 역정을 내면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꼴뚜기" "망둥이"라는 말이 청와대 인사들의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다. 여당 대표는 장애인들 앞에서 "정치권에 정신장애인이 많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손혜원 의원은 투기 의혹 등 많은 부적절 행위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무차별적인 역공을 폈다. 이런 행태에 정권 지지자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김 보좌관 경질은 문 대통령이 잘못된 언행을 한 측근을 문책한 드문 사례라고 한다. 문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뀔 리는 없지만 이를 계기로 여권 인사 모두가 한번 스스로를 되돌아본다면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