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어깨를 부딪혔다는 이유로 고등학생 6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20대 남성이 치아 4개가 다치고 갈비뼈와 눈 주위 뼈가 골절되는 등 중상(重傷)을 입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증거인멸, 도주 등을 이유로 빠른 초동수사가 필요했지만, 주말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사건 배당을 늦추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오전 고등학생 6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후 두 눈이 심하게 부은 채로 인근 병원에 이송된 피해자 최모(27)씨.

피해자인 헬스트레이너 최모(27)씨는 지난 19일 오전 2시 20분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골목에서 일행 2명과 걷던 중, 방모(18)군 등 같은 고등학교 친구 6명에게 "어깨를 부딪혔다"며 시비가 일면서, 이를 말리다가 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최씨의 눈과 턱을 주먹으로 때리고 치아와 복부 등을 발로 밟는 등 약 40분 동안 때린 후 달아났다.

주변 목격자들의 신고로 경찰과 구급차가 출동했고, 최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인근 경북대병원으로 후송돼 긴급치료를 받았다. 최씨는 폭행으로 눈 주위가 뼈가 골절되면서 수술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눈이 너무 부어있어, 수술이 어려운 상태다. 최씨 누나인 최모(30)씨는 "병원 측에서 일단 붓기가 빠진 뒤에 수술일정을 잡자고 했다"며 "더 폭행 당했다면 자칫 실명 했을수도 있었다"고 했다.

최씨 가족은 관할서인 대구 중부경찰서가 ‘주말’이라는 이유로 사건 배당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자, 최씨의 누나는 주말동안 수소문해 월요일인 21일 가해자 6명 중 5명의 신상과 전화번호, 폐쇄회로(CC)TV 위치를 파악해 경찰에 전달했다.

최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생이 폭행 당하던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피의자 1명이 22일 자진출석했고, 그 뒤 24일 나머지 피의자들이 경찰서를 찾았다. 현재는 모두 풀려난 상태다.

지난 19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골목에서 고등학생들에게 폭행당한 뒤 현장에 누워있는 최씨.

최씨 누나는 피의자들이 미성년자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누나 최씨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통화에서 "동생은 지금 낯선 사람을 보면 구역질을 하고 공황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어, 사람이 많은 6인실에서 퇴원했다"며 "피의자 학생들에게 사과를 못받았고, 반성의 기미도 없어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19일에 배당됐고, 당시 주말 당직 형사가 교대근무 이전 사건을 잘 몰라 피해자 가족에게 전달을 잘 못 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피의자들을 귀가조치한 데 대해서는 "가해자들에게 주지를 시켰기 때문에 2차 보복 폭행은 없었다"며 "피해자의 진단서가 안 나와 가해자 신병에 대해서도 결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29일 오후부터 가해자들을 순차적으로 불러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최종 진단서가 나오면 미성년자라도 가담정도가 높은 일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