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에서 "공정경제를 위해선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틀린 것은 바로잡고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16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도입해 지분 보유 기업의 임원 선임·해임, 정관 변경 등에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 기업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제도라는 평가와 함께 정부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시험대는 '갑질 논란'에 휘말린 한진그룹이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이날 올해 첫 회의를 열어 한진그룹에 대해 이사 선임·해임,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하는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을 행사할지를 논의했다. 회의에서 다수 위원은 "경영 참여형 주주권 행사는 하지 말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오는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에는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기업 소유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 감독법, 상생 협력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협력법 등이 국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모두 공정경제를 위한 시급한 법안들"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상법과 공정거래법 추진에 대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킨다"고 비판해왔다.
문 대통령은 "혁신 성장이나 포용국가 모두 공정경제가 뒷받침돼야 이룰 수 있다"며 "혁신 성장의 열매가 공정하게 나눠질 때 포용국가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초부터 기업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규제 개혁 등 '당근'을 제시했지만, 이날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등 '채찍'을 들었다. 기업들은 "정부의 기업 정책이 뭔지 종잡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