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60)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2019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8강에 진출했다. 전·후반, 연장전까지 1대1로 비긴 베트남은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당 반 람의 활약으로 난적 요르단을 격침했다. 승부차기 결과는 4 대 2.

20일 아시안컵 16강 요르단과의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을 확정한 베트남 축구팀이 환호하고 있다.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각)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1차전은 경기 초반부터 객관적 전력이 우세한 요르단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승부의 무게가 기운 것은 전반 38분. 간접프리킥을 얻은 요르단의 키커 바하 압델라만은 반대쪽 골 포스트를 보고 감아 차 골 문을 갈랐다. 전반전은 요르단이 1대0으로 앞선 채 종료됐다.

투지가 강점인 베트남은 후반 초반부터 반격에 나섰다. 후반 6분 베트남 공격수 응우옌 콩 푸엉이 낮고 빠른 크로스에 재빠르게 오른발을 갖다 대면서 동점골을 만들었다. 정규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전·후반 각 15분씩 연장전을 펼쳤다. 치열한 공방이 오갔으나 양쪽 모두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승부차기 선축(先蹴)은 베트남이었다. 베트남 키커 응옥하이, 도흥중이 잇따라 골을 성공시켰다. 뒤따르는 입장이 된 요르단 선수들이 흔들렸다. 요르단 두 번째 키커로 나선 바하 세이프의 슛은 골대를 때렸고, 세 번째 키커 아마드 살레가 찬 공은 베트남 골키퍼 품 안에 안겼다. 요르단 키커들이 연속해서 실축하면서 승부는 사실상 기울었다. 베트남의 마지막 키커 띠엔중은 침착한 땅볼 슛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12년 만에 베트남의 아시안컵 8강 진출이 확정되던 순간이었다.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연장전 작전을 전달하고 있다.

앞서 베트남은 조별리그 2차전까지 이란, 이라크에 연달아 패배하면서 탈락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예멘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 16강 진출의 미약한 불씨를 살렸다. 결국 승점 3점으로 동률을 이룬 레바논보다 경고카드(옐로 카드) 한 장을 덜 받아 페어 플레이(Fair play) 점수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현지의 베트남 팬들은 "박항서 감독님이 다시 한번 기적을 일으켰다"며 환호했다.

천신만고 끝에 올라온 베트남이 만난 요르단은 B조 1위의 강적이었다. 호주(1 대 0)·시리아(2 대 0)·팔레스타인(0 대 0)과 맞선 조별리그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특히 조별리그 3경기 동안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은 탄탄한 수비가 자랑이었다. ‘쌀딩크’ 박항서의 베트남은 한 골을 뒤지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베트남이 후반 6분 기록한 골은 이번 대회 요르단의 처음이자 마지막 실점이었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베트남은 월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시종 요르단을 압박했다. 막판 승부차기에서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정말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고, 회복시간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 경기에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8강 상대인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쉬운 상대는 없다. 16강에 온 팀은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며 "실리 축구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베트남은 오는 24일 일본-사우디아라비아 전 승자와 맞붙는다.

후반전 6분 베트남이 동점골을 넣자 베트남 원정 응원단이 환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