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유족이 1억원을 대한정신건강재단에 기부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 헌신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다.

임 교수 유족들은 "안전한 진료환경,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고인의 뜻"이라며 "유지(遺志)를 받드는 것이 고인을 우리 곁에 살아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측에 전했다.

기부금은 임 교수 조의금으로 마련됐다. 20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학회는 성금을 추가로 조성해 임세원상(賞)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쯤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진료실에서 상담하던 도중 환자 박모(30)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박씨는 "머리에 소형폭탄을 심은 것에 대해 논쟁을 하다가 이렇게(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조울증(양극성 장애) 증상을 앓고 있었다.

임 교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외래동 3층에 있던 의료진들에 "도망치라"고 외치던 도중 넘어져 변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저희 입장에서는 고인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으면 (했지만)…두 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달아나라’고)외쳤다"면서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이 지켜지고,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환자 역시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적십자병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故 임세원 교수의 동생 임세희씨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숨진 임 교수는 성실한 정신과 의사였다. 전문 연구분야는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자살예방이었다. 특히 자살예방에 힘을 쏟았다. 그 자신도 허리통증으로 극단적인 마음을 먹었던 과거 경험이 있었다. 2016년 출간한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는 임 교수의 우울증 극복기가 담겼다. 책 서문에 그는 "이 책이 절망에 빠진 분들, 마음이 아픈 이들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분들, 무엇보다 삶의 순간순간을 행복으로 채워 나가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내 희망의 근거가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