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계산하다|이언 스튜어트 지음|이충호 옮김|흐름출판|532쪽|2만8000원
뿌예진 하늘 탓인지 일상에 치여서인지 별이 수놓인 하늘을 잊고 산다. 마지막으로 은하수를 본 적은 또 언제인가. 우리는 그렇게 눈앞만 보고 산다. 19세기의 수학자 가우스가 종종 이야기하던 개미 같다. 큰 원통 속의 그 개미는 표면에 달라붙어 살다 보니 그 표면이 굽어 있음을 볼 수가 없다. 표면은 개미가 아는 세계의 전부. 하지만 어떤 개미는 직접 기어 돌아다니면서 측정함으로써 자신의 세계가 굽어 있다고 추론했을 수도 있다.
물론 개미가 그랬을 리야 없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고 또 정말 저 하늘 너머로 올라가 이 땅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이 지구가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이 될 정도로 멀리 탐사선을 보내 셀카를 찍기도 했다. 그 비결은 수학이었는데 수학자이자 과학 대중화 공로상을 탄 저술가 이언 스튜어트가 쓴 이 책은 이들의 모험담을 시공간을 넘나들며 수식 없이도 풀어낸다.
그런데 왜 수학일까?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이곳은 어디인가라는 근원적인 답답함, 저 우주의 끝을 향한 궁금증을 계산해 보려는 이들이 있어서다. 안타깝게도 이렇게도 웅장하고 또 경이로운 대우주를 그대로 관찰하는 법을 우리는 모른다. 하지만 괜찮았다. 책 제목 '우주를 계산하다'처럼 사람들은 계산해 보기로 한다.
인간에게는 무한한 사고의 자유가 있다. 특히 수학은 인간에게 추론의 자유와 힘을 준다. 당장은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러할 것이라고 가설을 세우고 정말 볼 수 있는 날을 준비하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달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달에 갔고, 우주의 끝을 볼 수 없으면서 우주의 끝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이 달에 가지 않았다는 음모론을 믿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은, 인간의 추론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우리 스스로 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주의 신비를 탐험하기 위한 기초 수리 과학은 초중고의 정규 교과에서 이미 가르치는데도 말이다. 뉴턴 물리학만으로도 우리는 우주로 떠날 수 있다. 여기에 빛의 속도로 우주의 끝을 향하는 일을 꿈꾸게 하는 특수상대성이론이, 별들의 중력으로 구부러진 시공간을 생각하게 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이 보이지 않고 보지 못했던 우주마저 상상하게 한다. 두 광자가 은하의 거리만큼 떨어져도 마치 끈으로 얽힌 듯 하나를 관찰하면 다른 하나를 알게 된다는 양자 얽힘의 양자역학까지 등장하면 우리 우주 말고 다른 평행 우주가 있을지 모른다는 SF적 상상력에는 진지한 과학적 근거가 있음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수학적 상상력은 실제 물리적 현상으로 확인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지치지 않고 미래의 가능성을 탐구하게 한다. 비선형동역학 등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다양한 방정식이 도입되고 또 이를 증명할 관측이 공학의 발달로 가능해지면서 계산을 통해 우주는 정말 발견된다.
그간 수학을 도구로 자연의 미스터리를 풀어온 저자답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교양과 엔터테인먼트는 현재와 과거에 집착하는 일상이 아닌 미래와 저 하늘 너머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 스케일이 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처럼 이 책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경고한다. 갑자기 뜬금없이 등장해서 만사를 해결해 버리는 신적인 얼개라는 뜻의 단어인데, 현대 우주론도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여전히 암흑물질 등 신비의 힘과 물질에 의존하고 조건으로 삼고 있다.
어떻게 우주가 이런 아름다운 질서와 구조를 갖게 되었는지,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스르고 물질의 다양성과 생명의 진화를 이루어냈는지, 우리는 많은 방정식을 풀고는 있으나 왜 하필 그런 값이 주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잠깐 있다가 가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세상에 관한 그럴듯한 스토리를 저 우주에서 찾고 있다. 답이 없는 문제를 함께 읽는 일이 설레고 두근거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