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노출 꺼리던 화웨이 창업자 외신 기자회견 이틀만에 中 기자들 만나
"5년간 112조원 보안강화 등에 투입"… "세계 최고제품"자신
"트럼프 위대한 대통령...사람 마구잡이로 잡는 양면적 대통령"
"지금 미국에 누가 감히 투자하나...미국 경제 급락할 것"
"화웨이가 오늘 직면한 문제는 10여전에 예견됐던 것이다. 완전히 급작스럽게 당해 이런 국면을 대응할 준비를 하지 못한 게 아니다. 이미 십여년을 준비해왔다."
미국을 비롯 서방국가들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華爲)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17일 인민일보 등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5G(5세대) 통신장비를 전세계에서 가장 잘 만들고, 마이크로파 기술도 가장 앞서 있다. 광섬유를 필요없게 하는 초광대역 기술인 이 둘을 결합해 기지국을 만들 수 있는 세계의 유일한 회사가 화웨이다"라며 이같은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는 미국 동맹국 중심으로 화웨이 5G장비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하지 않았다.
"소수의 지역에서 거부하는 것이다. 세계는 매우 크다.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우리가 5G 장비를 공급할 수 있다. 우리는 당장 그렇게 많은 장비를 공급할 수도 없다."
그는 외신기자 인터뷰에서 전세계에서 5G장비 공급 계약을 30건 맺었고, 선적한 기지국이 2만5000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보름만에 화웨이 5G장비를 쓰는 고객을 4개사 추가하고 선적 기지국 장비도 1만 5000개 늘린 것이다. 세계 1위다.
런 회장은 "올해 매출 성장속도가 느려져 20%를 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5년 뒤 연간 매출이 올해의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앞서 궈핑 화웨이 순환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8년 매출을 전년보다 21% 늘어난 1085억달러(약 121조5200억원)로 추정했다. 런 회장은 외신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매출 목표를 1250억달러(약 140조원)로 잡았다고 전했었다.
런 회장은 "기술의 돌파가 화웨이에 많은 시장 기회를 주고 있고 생존할수 있도록 한다"며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만큼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런 회장이 외신기자들에게 지난해 미국 반도체와 부품 공급이 끊겨 파산위기에 몰렸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와 같은 상황에 화웨이는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든 근거가 대량의 연구비 투입이었다.
실제 유럽연합(EU)위원회가 작년 12월 17일 내놓은 ‘2018 EU 공업 연구개발(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전세계 연구개발 투자액 순위가 5위에 올랐다. 상위 50대 기업 가운데 EU 위원회가 이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순위가 200단계 이상 오른 기업은 5개사로 4개사가 알파벳 등 미국 기업이고 나머지 한 개사가 화웨이다.
화웨이 연구비 투자액은 113억유로(약 14조4600억원)로 순위에 오른 중국 기업중 1위다. 알리바바 텐센트 ZTE 등 중국 2위에서부터 6위 업체까지의 연구개발 투자를 합한 규모(102억 유로)보다 더 많았다.
화웨이 연구인력은 전체 직원의 45%인 8만명에 이르고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비에 투입한다. 런 회장은 "향후 5년 1000억달러(약 112조원)를 투입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망을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통신망 구조와 통신 거래방식을 극도로 간소화하고 극도의 보안과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런 회장은 지난 2일 공개한 18만여명의 직원들에게 보내는 새해 첫 서신에서 통신보안과 개인정보보호를 회사의 최고 강령으로 내세우고 전면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지침을 내렸었다. 화웨이는 보안 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위해 5년간 2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작년말 발표했었다. 그는 이 강령을 내린 이유를 묻자 통신보안과 개인정보보호는 영원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런 회장은 "중국 내 어떤 법도 특정 기업에 의무적으로 백도어(우회 접근 통로) 설치를 요구하지 않고 있고 중국 정부는 어떤 기업도 미국 등 소재지 국가의 수출통제 및 제재 법률을 필히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백도어는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무단으로 시스템에 접근해 특정 메시지, 연락처, 통화 기록, 위치 정보 등을 파악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는 또 "화웨이가 30여년간 170개 국가 30억명에게 통신망을 제공하면서 매우 좋은 안전기록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외신기자 회견에서 스파이 의혹을 부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외신기자들에게 "중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정보 제공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 만약 이 같은 요구를 받을 경우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중국을 사랑하고 공산당을 지지한다. 하지만 세계에 해를 끼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요구를 어떻게 거절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지식재산권을 탈취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 런 회장은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절대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화웨이가 보유한 8만7805건의 특허중 1만1152건이 미국에서 받은 특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화웨이의 기술이 미국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이미 많은 서방기업들과 특허 상호 교차 사용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화웨이가 애플 퀄컴 에릭슨 등과 맺은 특허 교차 사용은 런 회장이 주장해온 ‘특허 핵우산(核雨傘, nuclear umbrella)전략’에 따른 것이다. 핵무기 상호 보유를 통해 국가의 안전보장을 도모하듯이 자체 특허 역량을 키워 특허를 교차 사용함으로써 특허 문제가 없는 안정된 상태를 이끈다는 것이다.
런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자주 혁신이라는 말을 지지하지 않는다. 모든 걸 내가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앞사람의 어깨 위에서 전진해야 세계를 선도하는 길을 단축할 수 있다"며 "타인에게 지재권 댓가를 지불하고 사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런 회장은 "지재권법이 물권법의 일부가 된다면 발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발명이 없으면 ‘미래의 퀄컴’이 어떻게 (중국에서) 나오겠냐. 지재권 보호가 국가의 장기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화웨이에 대해 기술탈취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으로 조만간 기소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6일 보도했다. 같은 날 미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화웨이와 ZTE 등 미국의 제재 또는 수출통제 법률을 위반하는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에 대해 미국 반도체 칩·부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런 회장은 "미국의 산업계와 재계는 여전히 화웨이를 지지한다"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소수 정객이 미국을 대표할 수 없다. 매우 큰 소음일 수 있다"고 폄하했다.
그는 외신 기자회견에서 했던 "트럼프가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그건 법인세율을 내린데 대한 평가라며 "다른 나라를 위협하고 마구잡이로 사람을 잡으면 모두 투자를 꺼리고, 세수감소분을 채울 사람이 없게 된다. 미국 경제가 큰 폭으로 하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런 회장은 "지금 누구도 미국에 감히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양면성이 있다고 말했다.
런 회장은 "곳곳에 스승이 있다"며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기업을 집중 거론했다. 최근 어려움에 빠진 애플에 대해서도 모바일 인터넷의 발전을 이끌고 사회에 천지개벽 같은 변화를 준 위대한 회사라고 평가했다.
"공산당원이면서 다국적기업 수장으로 가진 재산에 부담을 느끼지 않냐"는 물음에 런 회장은 비즈니스모델과 의식상태에는 필연적인 상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방의 종교는 신을 믿지만 석탄으로 달리는 기차를 만든 곳도 서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상업 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공산당원이라고 레이펑(雷锋, 중국 인민해방군의 모범병사)처럼 사심없이 봉사만 하고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런 회장은 1987년 창업한 뒤 생애 첫 인터뷰를 26년만인 2013년 5월 뉴질랜드에서 가질만큼 중국에서도 ‘신비 기업인’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 15일 외신기자들을 선전 본사로 초청한 데 이어 17일엔 중국 기자들을 만났다.
작년 12월 1일 그의 딸이자 화웨이 최고재무담당임원(CFO) 멍완저우가 이란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 요청에 의해 캐나다에서 체포된 이후 화웨이 순환 회장 등 고위임원들이 잇따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은 것이다.
그의 잇단 공개 행보는 화웨이의 다급함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런 회장은 잇단 기자회견과 관련, "홍보실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화웨이 내부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느끼지 않는데 이같은 신심을 외부에 전달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