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끼리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어요. '바이올린이 활 한 번 그을 때 1원을 받고 첼로가 10원을 받으면, 심벌즈는 한 번만 치고 100만원을 번다!' 현악 주자들이 두 시간 내내 활을 놀릴 때 타악 주자는 어쩌다 가끔 쳐도 똑같은 월급을 받으니 '가성비 짱'이죠."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삑사리' 날까 봐 겁내는 건 기본이고요, 등장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면 곡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서 더 뿌듯해요.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나오면 관객들이 '저게 뭐야?' 하면서 일제히 주목하니까. 도도한 타악기만의 매력이죠."
한문경(34)이 손안의 말렛(mallet·나무채)을 요술봉처럼 휘둘렀다. 네 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마림바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30년 동안 쉼 없이 두드리며 국내외 클래식 무대를 접수하고 있는 타악기 연주자. 열 살 때 첫 독주회를 열었고, 일본 마림바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그랑프리를 받은 게 열두 살 때다. 2014년 뉴욕 앨리스툴리홀 협연으로 '빛나는 기교와 섬세한 음악성으로 마림바의 음색을 아름답고 담백하게 채색했다'(뉴욕타임스)는 평을 받았다. 2016년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류재준의 마림바 협주곡을 녹음했다.
타악기 연주자로 굵직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한문경이 다음 달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의 신년 음악회에서 일본 작곡가 아베 게이코(82)의 마림바 협주곡 '프리즘 랩소디'를 연주한다. 오케스트라 맨 뒤에 서서 어쩌다 한 번씩 따스한 질감을 더하는 마림바가 무대 맨 앞, 그것도 주인공으로 20여분간 휘젓는 드문 곡이다.
'마림바'는 '건반이 많다'는 뜻이다. 세상에 나온 지 이제 갓 100년 된 신생 악기다. 마림바는 물론이고 스네어드럼과 팀파니, 심벌즈와 탐탐, 큰북까지 다양한 악기를 다룬다. 연습실 바닥을 구르는 다 마신 소주병과 라면 끓인 냄비, 플라스틱 반찬통과 빨래판 심지어 세제 뚜껑도 악기가 된다. 허공에 대고 몸짓만 한 적도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소리를 상상할 수 있어서"다. 뜻밖에도 탬버린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노래방 가서 치듯이 흔들면 안 돼요. 악기를 쥔 각도, 두드리는 위치에 따라 음색이 달라져요. 손가락을 하나로 할지, 주먹으로 칠지, 무릎에 올려놓고 할지도 연구해야 하죠."
마트에 가면 목장갑을 사는 게 일이다. 공연 한 번 할 때마다 1.5t 트럭에 악기를 싣고 간다. 줄리어드음악원에 입학하자마자 배운 건 "'나'라는 존재를 지우는 것"이었다. "협연이 있으면 전날부터 악기를 분리해야 하고, 당일엔 한두 시간 먼저 가서 조립하죠. 끝나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맥주 한 잔!'을 외친다니까요." 우아해 보인다고 달려들었다가 생각지 못한 막노동에 나가떨어지는 후배를 참 많이 봤다.
그럼에도 "타악기 하길 정말 잘했다. 두드리는 데서 오는 쾌감이 있다"며 씩 웃었다. "두드릴 수 있는 것이 모두 사라져버려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내 몸이 있잖아요. 손바닥으로 짝짝짝 손뼉을 치면서 신나게 살 거예요. 그것도 음악이니까!"
▲KCO 2019 신년 음악회=2월 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2-5728